최근 북한 양강도 삼지연시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두산을 끼고 있는 삼지연시는 북한에서 ‘백두혈통’의 뿌리를 상징하는 곳이자 혁명의 성지로 여겨진다. 이에 삼지연시에서 발생한 이번 살인사건은 유독 엄중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달 23일 삼지연시에서 60대 여성과 그의 10대 손녀가 집에 든 강도의 흉기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들은 동네 주민에 의해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망한 여성은 외손녀와 함께 살며 집에서 담배, 사탕 등 여러 가지 물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는 출가한 딸의 어려운 살림 형편에 손녀를 맡아 키우던 중 결국 강도에게 변을 당해 목숨을 잃게 됐다.
소식통은 “이들의 죽음에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경제난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먹고살기 어려워지면서 강도가 성행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도둑질하러 집에 침입했다가 집주인에게 발각되면 도망쳤으나 지금은 폭력을 쓰거나 죽여서라도 무조건 돈이 되는 물건이면 다 가져가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역시 이 여성이 집에서 판매하는 물건과 돈을 훔치려던 강도가 발각되자 도망칠 대신 들고 있던 흉기로 공격해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실제 동네 이웃 주민이 발견했을 당시 사망자들의 시신 목과 가슴 부위 대여섯 곳에 상흔이 있었으며, 당시 집에는 물건과 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이 삼지연시에 소문으로 퍼지면서 주민들은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무서운 세상”이라며 두려움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여성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돈으로 환산해봤자 중국 돈 1000위안(한화 약 19만원)도 안 된다. 이 정도 돈 때문에 사람 2명이 목숨을 잃었으니 주민들이 탄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경제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의미가 있는 곳(지역)이라고 해도 입에 들어갈 식량이 없고 돈 나올 데가 없으니 사람들이 살기 위해 강도질에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강도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건·사고들은 삼지연시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지연시 안전부는 여러 가지 정황상 돈을 노린 살인으로 보고 즉각 수사에 착수했으나 현재까지 범인은 검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 초에는 전국 안전부들에 ‘사회에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는 살인범들은 바로 총살하라’는 사회안전성의 지시문이 하달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사회안전성은 총살을 비공개로 집행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며, 총살 후에 주민들에게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비공개 총살은 외부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것이고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불안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크게 처벌해도 이번 같은 사건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