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여전히 장애인 ‘불구’라 불러…”한 번도 통제 안 해”

'장애자보호법' 제정 20년 넘었지만 부정적 인식 만연…내부서도 "용어 개선하는 문제 신경 써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장애 어린이들의 6·1 국제아동절 기념모임이 지난 1일 대동강구역과외체육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매체가 국제아동절(6·1)을 맞아 장애 어린이들 기념행사를 소개하면서 장애인 인식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구’라는 용어가 통용되는 등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여기(북한)에서 불구를 장애자로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북한 사회에 만연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조선(북한)에서는 눈이 불구이면 ‘애꾸’, 다리가 불구이면 ‘삐꼬’라고 부른다”면서 “나라에서 불구들을 장애자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통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안 식구들도 (장애인들을) 밖에 나가지 말고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으라고 구박한다”며 “주민들의 생각이 전반적으로 안 좋기 때문에 장애를 가진 이들이 기를 못 펴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장애인’이라는 용어로 교정을 시작한 건 장애인 복지를 위한 최초의 법, ‘장애자보호법’이 발표된 2003년부터다. 또 2018년부터는 노동신문에 장애인 관련 기사를 실었으며 장애인들을 차별 없이 도와주는 미풍을 발휘하는 것이 장애자 보호 정책의 중요한 요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조선장애어린이 회복원, 조선장애자보호연맹 기능공학교, 과학기술전당의 장애자열람실 등을 소개·선전하고 있고, 조선장애자체육협회와 조선장애자예술협회도 설립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도 북한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장애인은 여전히 불구라고 낮잡아 불리는가 하면 사람들의 손가락질이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숨어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북한 내부에서조차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1월 제정)을 통해 괴뢰한국의 말투나 억양을 쓰는 주민들을 시시각각 단속하는 데에만 골몰하지 말고 장애 용어를 개선하는 문제부터 적극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좋아하는 사이에 ‘오빠’라는 말을 하면 바로 노동단련대로 끌고 가는 게 옳은 행동은 아니지만, 장애자 인식 개선을 위해 이런 처벌을 적용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면서 “불구라는 말을 사용하면 단련대로 보내겠다는 지시가 내려지면 아마 장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도 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1998년 최초로 장애인 실태조사를 진행, 당시 전체 인구의 3.41%가 장애인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03년 장애자보호법을 제정했고 2011년에는 2차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또 2013년에는 유엔 ‘장애자권리협약’에 서명하고 이를 반영해 장애자보호법을 수정했으며 2014년 3차 실태조사를 했다.

지난 2018년 북한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장애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5.5%, 약 2573만 명 중 141만 5000명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