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체 제작 영화들에 비사회주의 요소가 침투돼 있다며 영화 부문 일꾼들과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사상투쟁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이달 초 국가영화총국 전체 간부들과 종업원들, 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영화 부문에서 나타난 비사회주의 현상들에 관한 비공개 집체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회의는 중앙당 선전선동부가 직접 주관한 것으로, 실제 선전선동부 부원 3명이 해당 회의에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앞서 영화총국 당위원회와 담당 보위기관이 영화 부문에서 나타난 비사회주의 현상들을 담은 보고서를 올렸는데, 이에 대한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려 말씀이 있어 중앙당 선전선동부가 집체 사상투쟁회의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영화 부문 일꾼들이 영화에 외풍(外風)적인 요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 강하게 지적됐다. 의상, 소품, 줄거리, 주제 등에서 비사회주의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 영화총국 시사회에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회의에서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영화 부문 일꾼들이 영화를 주체식으로 발전시키길 바라고 외국의 독특한 영화나 드라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어 “국가가 그토록 금지하는 비사회주의적인 요소들을 노골적으로 영화에 담는 것은 당정책을 무시하고 당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와 같다”며 “이런 행위들을 적극 쳐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이날 회의에서 나타난 비사회주의 현상에 관계된 몇몇 영화 부문 일꾼들과 예술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들은 우리의 주체 영화 예술을 모독하는 행위를 저지른 것과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적들의 검은 구름과 유혹의 마수가 영화·예술 창작가들, 예술인들에게 제일 먼저 뻗쳐왔다”, “처음부터 검은 싹을 무자비하게 잘라버려야 하는데 이 싹이 점점 자라 극한에까지 이르렀다”는 등의 말로 영화 부문 종사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소식통은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이번 사상투쟁회의가 비판으로 그치는 회의가 아니라 처벌로 마무리되는 회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실제로 해당 회의 이후 10여 명의 영화 부문 일꾼들과 예술인들을 해임·철직 및 혁명화 대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