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촌 주민 생활고 극심…”풀이라고 생긴 풀은 다 뜯어…”

종자·비료값 상승으로 농사 부담 커져…이악하게 살지만 고리대 쓰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남도 농촌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강동군, 성천군 등을 비롯한 평안남도 농촌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어렵다”면서 “이들은 어떻게든 어려운 생활을 타개해 나가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실정이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어 절망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안남도 농촌 지역 주민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줄곧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최근에는 죽조차 먹지 못해 맹물로 연명하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려 허기진 배를 달래면서 열심히 뙈기밭(소토지) 농사에 매진하고 있으나 생활이 개선되기는커녕 빚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요즘 농촌에는 산에서 뜯어온 풀에 강냉이 가루 한 줌을 풀어 죽을 쑤어 먹는 세대가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배불리 먹지도 못하는 집들이 많다”면서 “농촌 주민들의 생활을 실제로 보면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밥술이라도 뜨기 위해 개인 뙈기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이악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면서 “종자부터 농약 등 농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고리대로 빌려 하다 보니 가을에 가서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강동군의 한 40대 주민은 “지금은 농사지으며 산에서 풀이라고 생긴 풀은 다 뜯어다 끼니를 해결한다. 먹을 식량은 물론 돈 한 푼도 없이 산다는 게 죽느니만 못할 만큼 힘들다. 그러다 보니 하는 수 없이 고리대를 빌려 생활하게 된다. 고리대로 쓴맛도 봤고 피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것마저 고마울 때가 있다. 이렇게 고생만 하고 살아서 뭐 하나 싶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성천군의 한 50대 주민은 “산에 풀이라도 없었으면 온 가족을 다 굶겨 죽였을 것이다. 지금은 단오 전이라 풀들이 독이 없어 아무 풀이나 먹어도 된다. 그런데 그것마저 전투다. 모두가 풀을 뜯어 장만해 놓느라 바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만 뜯는 사람들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짐승이 풀을 뜯는 줄 알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농사지으면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이를 악물고 살아가는데 앞이 캄캄한 게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소식통은 “올해는 생활난이 여느 해보다 더 심각한데다 종자나 비료 가격의 상승으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면서 “평생 땅만 일구는 주민들이 의지할 것은 농사밖에 없으나 고리대를 빌려 생활하고 농사한 것으로 갚는 삶이 반복되니 농촌 지역의 주민들은 앞날에 대한 희망보다 절망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