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북제재 헐거워진 틈 타 中에 신규 노동자 대거 파견

소식통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최소 1000~2000여 명 中 입국”…지린성 투먼·난핑 쪽으로 송출

중국 랴오닝성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최근 자국 노동자들을 대거 중국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관계가 다소 회복된 데 더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감시망이 헐거워지자 북한이 신규 노동자 파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14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4월 말부터 대규모의 신규 노동 인력을 중국으로 파견하고 있다.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어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최소 1000~2000여 명이 파견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북한 신규 노동 인력들은 곧바로 중국 지린(吉林)성에 위치한 의류 또는 전자부품 공장에서 노동을 시작한 상태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영사관 간부들은 신규 노동자들이 중국으로 파견되기 전인 지난달 초부터 노동자들이 채용될 공장을 시찰하고 다녔다고 한다.

북한 신규 노동자들은 주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을 통해 중국 지린성 투먼(圖們)으로, 또는 함경북도 무산군를 통해 중국 지린성 난핑(南坪)으로 들어오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이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에 밀집해 있음에도 현재까지는 신의주를 통해 단둥으로 나오는 북한 신규 인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둥-신의주는 북중 간 최대 교역 거점이고 버스, 트럭, 화물열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오가는 지역이지만 중국인이나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감시에 쉽게 노출되는 지역이어서 북한 신규 노동 인력이 신의주를 통해 직접 단둥으로 파견되지는 않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반면 지린성 투먼과 난핑 쪽 북중 접경지역에는 검문·검색이 강화돼 있어 중국인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을 통해서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인력과 물품에 대한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북한 직후 신규 노동 인력 파견이 시작됐다”며 “북중 고위급 협의에서 인적 교류에 대한 합의가 있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노동자 파견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일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의 방북에 관한 보도에서 “(중국 측과)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 강화할 데 대해 서로 관심사로 되는 중요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이 밝힌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인 신규 노동 인력 파견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임기연장 계획에 거부권을 행사해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전문가패널이 해체되자 중국도 새로운 북한 노동 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에 종전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코로나 국경봉쇄가 풀린 상황에서도 중국이 승인하지 않아 북한 노동 인력이 입국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최근 북중관계가 회복되고 대북제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중국이 노동자 입국을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랴오닝성에 위치한 공장들도 신규 북한 노동 인력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둥-신의주 간 직통로로 인력을 받기가 어렵다면 우회로를 통해 인력을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소식통은 “랴오닝성에 있는 복장회사나 전자 회사의 경우 지난해부터 귀국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 신규 파견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공장들도 인력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난핑이나 투먼을 통해 입국한 인력이 랴오닝성에 채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