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협력이 깊어지는 가운데 파견 노동자들의 이탈 문제에 관해서도 북러 정보기관이 긴밀히 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 현지에는 그동안 외부 세계와의 연결 창구가 돼왔던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몰수뿐만 아니라 저녁 7시 이후 외출 금지, 외부 접촉과 관련한 상호 감시 및 동향 장악 보고 등의 지시가 내려졌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국가보위성 해외반탐국 외국 파견 대상 교양분과(비상설 조직)는 해외 파견이 결정된 노동자들에게 상영할 동영상 교양자료 내용을 수정해 외부 세력과의 부적절한 접촉과 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에 데일리NK는 현재 러시아 현지의 분위기와 파견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고자 어렵사리 러시아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 1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사에는 이름, 나이, 파견된 지역 등 특정될 만한 정보와 접촉한 때와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A씨와의 일문일답
-최근 진행되는 강연의 내용은 무엇인가?
“‘외부는 우리 공화국(북한)을 헐뜯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외부의 어떤 누구와도 소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또 ‘제보하지 말라. 이는 국가 반역이다’라는 내용도 연일 공부시키고 포치하고 있다.”
-휴대전화도 다 빼앗았다고 하던데?
“다 바치라고 한다. 지금 내야 봐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누가 곧이곧대로 믿는가. 그냥 지금 쓰지 않을 뿐이다. 시범껨(본보기 처벌)으로 큰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는 나만의 손전화(휴대전화)를 잠시 감춰놓아야 한다.”
-감시도 이전보다 확실히 심해졌나?
“그야말로 눈에 쌍심지를 켜놓았다. 서로 감시하는 조직도 있다고 들었다. 당연히 노동자들도 서로를 못 믿는다.”
-외부 접촉, 특히 제보 행위로 잡혀 들어간 사람도 있나?
“들은 소리는 없다. 일을 크게 만들면 국가 망신이라 내적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시하면 (제보라는 것을) 모르던 사람들도 더 알게 되는 꼴이니 호들갑 떨지 말라는 조국의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다.”
-보위원들의 압박도 더 심한가?
“보위원들은 (여기가) 국내도 아니고 해외인 데다 인원수도 노동자들이 많다는 점을 신경 쓰는 것 같다. 자기 담당 조직에서 사고가 나지 않게 하려고 노골적으로 국가를 비난하는 말을 들어도 웬만하면 쉬쉬하는 분위기다.”
-노동자들이 오히려 대담해진 것 같은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나. 그 어려운 과정을 뚫고 나온 사람들이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중, 삼중의 심장을 가지고 사는 게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당연히 충성하는 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외국에서 계속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돈은 벌 수 있겠지만 그만큼 착취도 당하지 않나?
“두말하면 입 아프다. 과감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가라는 게 어떻게 맨날 계획분이나 올리고 내라하느냐’, ‘우리가 무슨 국가에 빚을 지고 나온 외화 노예냐’. ‘수틀리면 (번 돈을) 들고 뛰면 된다’라고 말이다.”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의 감시·통제 강화 조치는 효과적일까?
“국가는 당연히 이상 움직임이 커지면 커질수록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가만히 있겠나. 각자의 방식대로 뭔가 계획을 짜고, 국가의 감시에서 탈피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지 않을까라는 게 내 생각이다. 아래에서 꿈틀대고 있는 노동자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국제사회에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