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북민들 밝힌 가장 큰 새해 소망은? “북송 안 됐으면”

강제북송 이후 여전히 불안감 내비쳐 …北 가족과 안전 연락·한국행 통로 재개 등 바람도 드러내

/그래픽=데일리NK

중국 내 탈북민들의 새해 가장 큰 소망은 무엇일까.

데일리NK는 중국 현지 소식통을 통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중국 내 23개 성과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2개 특별행정구에 흩어져 신분 없이 숨어 지내는 20세 이상 탈북민 여성 총 40명에게 올해 가장 바라는 것에 대해 물었다.

이 중 35명은 ‘북송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북한 당국이 탈북한 주민들을 단념하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놓아주면 좋겠다는 게 이들 탈북민들의 공통적인 말이었다.

지난해 중국에 구금돼 있던 탈북민 수백 명이 강제북송된 사건 이후 중국 내 탈북민들은 북송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지속해서 호소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꼬집었다.

특히 농촌 지역에 사는 탈북민 여성일수록 북송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바람을 두드러지게 나타냈는데, 이에 대해 소식통은 “번화한 도시에서 사는 탈북민 여성들보다 농촌에서 숨어 사는 탈북민 여성들의 불안 증세가 더 심하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 농촌 지역에 사는 탈북민 여성들은 북송에 대한 불안감뿐만 아니라 무국적 상태, 중국 가족들의 감시 문제로도 상당히 고통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40명 중 26명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안전하게 연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40명 중 10명은 ‘한국에 갈 수 있는 길이 올해는 열렸으면 좋겠다’는 추가적인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식통은 “탈북민들이 밝힌 여러 소망 중에 북한이 자기들(탈북민들)을 잊고 포기해 북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가장 가슴이 아팠고, 북한에 있는 가족과 자유롭게, 안전하게 연락하고 싶다는 말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편, 40명의 중국 내 탈북민 여성들 가운데 20대 여성들은 중국 국적 취득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다. 10대에 탈북해 지금은 중국말도 능숙하게 하니 돈 있고 공안에 빽 있는 사람을 신랑으로 만나면 중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부분 중국 국적 취득 가능성을 낙관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40~50대 중국 내 탈북민 여성들은 중국 국적 취득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중국은 조선(북한)과 형제 국가여서 절대로 그럴 일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이밖에 중국 내 탈북민 여성 40명에게 공통적으로 ‘올해 중국 내 탈북민에 대한 처우가 좋아질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11명(27.5%)만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나머지 29명(72.5%)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해 부정적인 의견이 2배 이상 많았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중국 내 탈북민들이 조선(북한)이나 한국과 전화, 메신저로 연락하는 것은 물론 소포를 주고받는 일도 모두 반간첩법에 해당한다고 중국에서 못 박았기 때문에 앞으로 단속이나 감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소식통은 “처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본 탈북민들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말썽을 피우는 등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절대로 공안에 잡혀갈 일이 없다면서 중국인 남편만 잘 만나면 별 탈 없이 대우받으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