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오는 26일 치러지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복수 후보를 허용하고 주민들의 선택을 통해 최종 후보가 확정되는 새로운 선거 방식을 도입한 가운데, 현재 주민들은 이에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지난 시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를 1명으로 지정하지 않고 2명의 후보를 추천해 인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투표할 수 있게 한다는 달라진 선거 방식이 지난 8일부터 각 인민반을 통해 인민들에게 통보됐다”고 전했다.
이에 현재 평안북도에는 주민들이 출퇴근하는 길목과 인민반 곳곳에 후보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나붙었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은 선거제도가 달라졌다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후보자들의 사진이 곳곳에 나붙자 깜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들은 복수후보제 도입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각자 어떤 공로가 있고 어떤 인품을 지닌 사람들인지 알지 못하니 누구에게 투표할지 모르겠다, 아무에게나 투표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실제 주민들 속에서는 ‘둘 다 이미 내적으로 정해진 거라 누가 되든 크게 의미 없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 어떤 주민은 ‘술 한 병 사주는 사람에게 투표하겠다’며 농담을 내뱉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어떤 주민들은 ‘국가가 다 정책을 정해 지방 대의원들이 의견을 낼 수도 없는데 그들이 우리를 위해서 해줄 것이 무엇이겠느냐’, ‘우리 목소리를 당에 제기해서 달라질 것도 아니니 투표는 그저 투표일뿐’이라며 선거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동림군에서는 ‘선거 방식이 달라졌다고 우리 생활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2명 중 관상이 좋은 사람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발언한 주민이 주 생활총화에서 집중 사상투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새로운 선거 방식에 대해 주민들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묘한 반응들과 반동적인 정치적 발언들이 나타나지 않는지 보위부, 안전부가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적으로 내려온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이 입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8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7차 전원회의에서 대의원선거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선거 후보자를 복수 추천하고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제도가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사실상 당에서 내정한 후보 1명이 단독으로 나섰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두 후보 간 경쟁 구도를 형성해 주민들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은 쪽이 최종 후보자로 나서게 되는 방식이다. 이는 주민들의 참정권을 일정 부분 확대함으로써 민심을 얻으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선거제도와 관련해) 여러 가지 비판이 있었고, 경제난 계속되는 가운데 민심을 관리하는 수단, 조치로 약간의 제도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실질적인 주민의 선거권 보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