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가족 찾아다니며 송금 브로커 신고 종용하는 보위원들

자리 지킴 위한 실적 올리기에 혈안…"가족이 보내온 돈은 회수 않겠다" 조건까지 내걸어

북한 국경 지역의 보위부 청사.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국경 지역의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한국이나 중국에서 보내온 돈을 전달해 주러 오는 송금 브로커들을 신고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서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저쪽(한국 또는 중국)에서 가족들이 보낸 돈을 전달해 주러 오는 사람들을 신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회령시 보위원들은 이달 말 불법 휴대전화 집중 단속 실적 평가를 앞두고 이른바 ‘건수’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실적이 낮거나 없으면 ‘먹을 알’이 없는 부서나 군(郡)으로 인사 조처될 수 있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려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는데, 최근에는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 다니며 신고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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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송금 브로커들은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를 다 가지고 있으니 이들을 잡기만 하면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탈북민 가족들을 감시 대상의 첫 순위에 놓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보위원들이 지금은 자리 지킴을 위해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전달해 주러 오는 송금 브로커들을 신고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위원들은 탈북민 가족들에게 송금 브로커들이 전달한 돈은 회수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달 초 보위원들은 탈북민 가족 세대가 여러 세대 있는 회령시 한 인민반을 쭉 돌면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먹고 살기는 어떤지 등을 묻고는 탈북민 가족들에게 ‘저쪽에서 보내는 돈을 받아 쌀이라도 사 먹어라. 돈을 받았다고 처벌하지도 회수도 하지 않겠으니 돈 가져다주는 사람들만 알려 달라’며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쪽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이 보내는 돈을 전달해 주러 오면 받아라. 회수하지 않겠다. 우리는 돈을 전달해 주는 사람만 잡으면 된다’며 탈북민 가족들의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편으로 보위원들은 ‘돈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고 후에 우리가 언제 누구에게서 얼마를 받았는지를 알아낼 때는 말하지 않아도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알고도 남을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탈북민 가족들에게 돈을 받은 자체가 범죄행위라며 돈은 돈대로 빼앗고 노동단련대까지 보내던 보위원들이 요즘에는 갑자기 돈을 받으라고 부추기고 있어 탈북민 가족들 속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보위원들은 심장이 여러 개라는 말이 돌 정도인데 누가 그들을 믿고 신고하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