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 학생들 닷새간 9·9절 무도회 연습 매진…명절 분위기 한껏

다른 때와 달리 올해 9·9절 한껏 즐기려는 분위기…함께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문화 부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9월 10일 정권수립 74주년을 맞아 전날(9일) 청년 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 발사(불꽃놀이)가 수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대학교와 전문학교 학생들이 북한 정권 수립(9·9절) 75주년 기념 경축 무도회를 위해 며칠간 연습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의 대학교, 전문학교 학생들은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김정숙 예술국장 앞 광장에서 경축 무도회 연습을 진행했다.

경축 무도회에 동원되는 학생들은 지난 4일부터 오전에는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무도회 연습에 참여했다고 한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 김정일 생일(2월 16일, 광명성절) 등 국가 기념일이면 청년이나 노동자들을 대거 동원해 무도회를 열어 경축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특히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정주년에는 다른 때보다 의미를 더욱 부여해 기념일을 더 성대하게 치르는데, 올해 정권 수립 75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병식 등 큰 행사들이 치러지는 데 맞게 지방의 대도시들에서도 다양한 경축 행사를 광범위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양강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위원회에서는 보통 이틀 정도 진행하는 경축 무도회 연습도 올해는 5일 전부터 진행하도록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학생들은 무더운 날씨에 치마저고리를 차려입고 실전처럼 진행하는 연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면서 “그렇지만 거리에 울려 퍼지는 증폭기 소리와 다양한 색깔의 치마저고리가 눈을 밝히고 있어 그들(학생들)로 하여금 명절 분위기가 한층 살아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열악한 전기 사정에 TV도 보지 못하고 종일 집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던 일부 노인들이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광장에 나와 학생들의 무도회 연습을 구경하면서 즐거워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북한 주민들은 7·27(정전협정 체결일)이나 8·15(광복절) 때와 달리 9·9절 만큼은 실컷 즐기겠다는 입장이라 분위기가 상당히 들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친한 사람들끼리 장소를 정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노는 모임까지 조직하는 주민들이 있다”면서 “다만 생활난 때문에 코로나 전처럼 돈을 모으거나 음식을 준비하지는 않고 놀기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근 4년간 명절이나 국가 기념일에 친인척이나 친한 이웃이 한데 모여 노래 부르고 춤추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는데, 올해 9·9절을 앞두고서는 몇몇 주민들이 ‘굶어 죽을 때 죽더라도 한바탕 즐기며 웃기라도 하자’고 추동하고 있어 함께 모여 즐기는 문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후에는 경제적으로도 어러워지고 비상방역 정책으로 모이지도 못해 제대로 명절을 즐길 수 없었는데 요즘 주민들은 코로나 전처럼 명절에 편히 쉬고 웃고 즐기자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