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진건설관리국 종업원 5명, 한국 영화·노래 유포로 단속

광복절 긴급 소집된 사상투쟁회의에서 공개비판 받아…법적 처벌에 더해 가족 평양 추방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게재한 평양 전경 사진.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진건설관리국이 광복절 휴일에 긴급으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사상투쟁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평진건설관리국은 중앙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8월 15일 명절 휴일에도 불구하고 전체 종업원들을 긴급 소집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공개투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상투쟁회의는 평진건설관리국 회관에서 열렸으며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장시간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는 중앙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의 책임 성원이 연단에 나와 5명의 평진건설관리국 종업원들을 끌어내 앉히면서 시작됐다.

책임 성원은 먼저 “하도 사안이 엄중해 전체 종업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참가할 수 있는 명절날에 긴급히 회의를 열게 됐다”면서 회의 참가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는 연단으로 끌어낸 5명의 종업원을 가리켜 “이 자들은 신성한 수도 평양에서 적선물(敵宣物)을 유포하고 시청, 판매하면서 돈벌이하고 적들의 사상을 선전한 적대분자들로 현장에서 체포된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그중 2명은 한국 영화를 시청하다 잡힌 부부로, 이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한국 영화가 든 메모리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 행위를 하다가 한 학생의 신고로 문제시되면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 단속됐다.

또 나머지 남성 1명과 여성 2명은 각각 8·3벌이(소속된 곳에 일정액을 내고 다른 곳에서 비공식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로 강원도 원산, 황해북도 사리원, 함경남도 신포 등에서 한국 노래가 담긴 MP3를 판매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책임 성원은 이번 회의에서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목의 어떤 영화와 노래를 유포시켰는지 내용상 공개할 수 없으나 모두 주민들의 사상을 야금야금 좀먹는 퇴폐적인 것들’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이들이 직장에 돈을 잘 갖다 바치고 조직생활이나 정치행사도 모두 돈으로 해결하면서 전국을 남조선(남한) 괴뢰들의 사상으로 물 들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며 그 가족은 평양시에서 응당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책임 성원은 ‘모든 종업원들은 이 기회에 평진건설관리국 안에 적들의 음흉한 적선물이 발붙이지 못하게 체계를 단단히 세워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