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차단물 설치해도 밀수 지속 시도… “군민 가로막지 못해”

北 8.4련합지휘조, 국방성 725지휘조, 국방성 1215호 연합지휘조 등 운영하며 국경 통제

지난 2020년 국경지역에 철조망 설치 작업을 하는 북한 군인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주민들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해 국경 지역에 각종 차단물을 설치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수를 지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국경 차단물 공사로 국경 접근이 더욱 어려워졌으나 주민들은 그대로 밀수를 계속 시도한다”며 “전기 철조망에 항상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감시카메라는 경비 서는 군인들과 짜면 되고, 장벽도 아래 기초 흙을 파고 구멍을 내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밀수와 탈북 등 주민들의 불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국경에 감시카메라, 전기 철조망 등을 이른바 ‘차단물’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밀수는 국경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주민들은 사각지대를 끊임없이 찾아내는가 하면 국경경비대에 뇌물을 주고 이들의 묵인과 방조 하에 밀수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주민들은 많은 젊은 군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국경 차단물 설치 공사에 내몰리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국경에 차단물을 설치한다고 해서 밀수나 탈북 등 불법 행위를 완전히 막을 수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저런 힘든 공사는 사실 괜히 하는 것”이라면서 “차단물이 있다 해서 도망가겠다고 결심한 사람 붙잡을 재간이 없고, 밀수하겠다 마음먹은 군민을 가로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은 오히려 인민을 지키는 군대가 탈북이나 밀수를 막는다고 저렇게 꽃다운 나이에 막돌처럼 일을 하고 있다고 안쓰러워한다”며 “군대에 자식을 내보낸 부모들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광경에 자기 자녀도 저렇게 고생하지는 않는지 걱정한다”고 했다.

실제 주민들은 국경 차단물 설치 공사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인명 사고를 목격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회령과 양강도 보천에서 국경 차단물 공사를 하던 공병국 군인이 시멘트 각기둥에 머리를 맞는 사건이 있었다”며 “다친 군인이 피를 많이 흘렸는데도 현장에서 꾸물거리다가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사망했고 시신은 인근 산에 묻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처리하는 규정이 그렇다”면서 “부모에게는 매해 말에 통보하는 체계여서 이번에 사망한 군인들의 부모도 연말에나 자녀 사망을 통보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국경 차단물 설치 공사를 비롯해 밀수, 탈북을 막는 각종 조직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국경연선과 관련된 지휘조들은 여러 개”라면서 “8.4연합지휘조, 국방성 725지휘조, 국방성 1215호 연합지휘조 등이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8.4연합지휘조’는 지역별 보위국, 안전국, 안전국 순찰대, 기동타격대, 지역 군부대 보위부로 이뤄진 조직으로, 국경 지역 근무 체계를 관리 감독하며 중앙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중앙의 지시에 따라 봉쇄 상황 점검이나 검열을 진행한다.

또 ‘국방성 725지휘조’는 월경, 밀입국, 밀수 등 국경 연선에 접근하는 사람에 대한 강력한 통제 행위를 조직 지휘하고 대책을 강구하는가 하면 시기마다 변경되는 규칙에 따른 국경봉쇄와 상황을 종합해 군정지도국에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밖에 ‘국방성 1215호 연합지휘조’는 국경 차단물 설치 공사를 전문 담당하는 조직으로, 공사에 동원되는 부대들에 시공과제를 제시하고 공사 실태와 기술적 지도, 차단물 보수·정비·보강과 정상 가동 실태 등을 점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