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집단독재에서 자녀 교양의 책임은 누가?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이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자녀 교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의하면 얼마 전 도당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중앙당 파견 강사는 “자녀 교양은 나라의 ‘흥망성쇠’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면서 주민들 특히 간부들 속에서 자녀 교양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틀린 말은 아니다. 부모가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에서는 기본적으로 자녀의 성장에서 부모의 영향력을 가장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본다. 부모와 자녀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 사회에서 그 실증적 뒷받침은 미약하다.

탁아소, 유치원부터 시작해 만 8살부터 소년단, 청년동맹에 이르기까지 조직에 철저히 매여 있는 북한의 자녀들에게 부모의 영향력이 크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조직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집단주의 독재사회가 아닌 민주사회에서는 부모의 영향이 자녀의 정신·육체적 발달에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잠자는 시간을 빼고 일상의 대부분을 조직에 매여 있는 북한의 경우 자녀 교양에서 부모의 책임만 강조하는 것은 심각한 어불성설이다.

어려서부터 수령과 교사, 그리고 조직책임자의 말이 우선이라고 교육받은 자녀들이 당과 수령에 충성하지 않는 것을 두고 부모의 역할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책임 전가라 보기 어렵다. 즉, 자녀 교양의 문제를 부모들에게 돌리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문화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보고 싶은 작품을 보는 것은 자녀들의 문제도, 부모들의 문제도 아니며 그것을 통제하고 단속하려는 노동당 지도부의 선을 넘은 독재행위다. 사실 북한에서 실제로 교육받고 변화돼야 할 대상은 노동당과 권력자들이다.

북한 노동당 지도자들이 자녀들의 건전한 성장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들에게 충성심만 요구하면서 부모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