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양의 한 양곡판매소에서 주민들에게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되고 질 낮은 쌀이었지만 시장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비교적 많은 양의 곡물을 판매해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26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의 한 양곡판매소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주민들에게 곡물을 판매했다.
현재 북한 전역의 양곡판매소에서는 대부분 한 달에 1~2회 곡물을 판매하는데, 평양의 해당 양곡판매소의 경우 앞서 4월 15일(김일성 생일, 태양절)을 계기로 양곡 판매가 이뤄졌으며 이달에는 이 기간에 곡물 판매가 이뤄졌다.
해당 양곡판매소는 1kg에 북한 돈 4000원을 받고 주민들에게 쌀을 판매했으며, 전량 질 낮은 오래된 쌀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옥수수의 경우 판매 초반에는 질 낮은 오래된 물량이 나왔지만 후반에는 중국산 수입품으로 보이는 비교적 질 높은 상품이 판매됐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옥수수 가격은 1kg에 1800원에 판매되다가 질 좋은 상품이 나오면서는 2000원으로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에 판매된 곡물량은 배급제에서 정하고 있는 한 달 공급량의 절반인 15일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배급 규정상 일반 노동자 1일 공급량이 700g인 점에 미뤄볼 때 15일치를 판매했다면 주민들은 1인당 최대 10.5kg의 곡물을 살 수 있었던 셈이다.
다만 쌀과 옥수수의 비율을 3:7이 되게 하라는 제한 규정이 내려와 1인당 쌀은 약 3kg까지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쌀의 물량이 부족해 이 같은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해당 양곡판매소 인근 시장의 쌀 1kg은 6300~6400원으로, 양곡판매소 판매가보다 최대 1.6배 비쌌던 것으로 조사됐다. 양곡판매소에서 질 낮은 묵은쌀을 팔긴 했으나 시장보다 37.5% 싸게 판매했던 것이다.
같은 날 이 시장에서 거래된 옥수수 1kg의 가격은 3300~3400원으로, 양곡판매소 판매 가격이 최대 47% 저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주민들은 이번 양곡판매소의 곡물 판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은 “지난달에는 명절이 있어도 판매량이 너무 적어서 오히려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좋은 쌀은 아니어도 시장보다 눅은(싼) 값에 곡물을 어느 정도 살 수 있어서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한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본보는 북한 당국이 현재 전국에 280여 개의 양곡판매소를 설치·운영 중이며 규정 배급량을 기준으로 양곡 판매를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280여 개 양곡판매소 운영 중…주민 체감 효과는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