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칼럼] 갈등의 한일관계로 북방 삼각관계에 대응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지금 한반도에서는 우리의 결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일정책이 그전과는 반대 입장을 취함과 동시에 그동안 국내여론의 힘을 받고 있던 위안부, 강제징용 등과 같은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뒤로 미룬 채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한·일 관계는 2019년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어 한때 일시적이었지만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지소미아)까지도 종료된 바 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양국관계는 냉각상태를 지속해오던 중 지난 3월 윤대통령의 방일과 바로 이어진 기시다 일본총리의 방한 등 셔틀외교의 복원과 함께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거사에 대해 지속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등 한·일 간의 현안을 무시한 채 굴욕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중국과의 관계는 냉전 해체 시기였던 1992년 자유진영의 대만과 수교관계를 종료하고 한중수교를 맺음으로써 우호적 관계를 지속하였으며, 중국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사드의 배치에서 비롯된 한·중 간의 갈등은 지난달 우리 대통령의 대만 관련 언급에 대해 외교적으로 도를 넘는 행동까지 보이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북한의 도발로 강대강의 대결 분위기를 잇고 있다. 북한은 한때 그들의 핵개발과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남한을 위협하거나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하면서, 이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공식화하며 전술핵 개발과 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함에 따라 남한에 대한 핵공격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내세운 행위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3월 19일 김정은 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참관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시험은 모의 핵탄두를 실어 지상 800m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으로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최근 북한은 그동안 소원했던 북·러 관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서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게 되자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적 협력을 통해 더욱 친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러시아가 북핵개발에 반대 입장을 취해왔던 탈냉전 시기와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다시금 과거 냉전 시기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당시 냉전 시기에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공산진영과 민주진영 국가들이 각각 상호공존의 목적으로 협력관계를 형성해왔다. 즉, 북·중·러를 중심으로 한 북방 삼각관계가 형성되자 이에 대응한 한·미·일의 남방 삼각관계가 같은 진영의 연합체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연합체는 진영으로 나뉜 그 시대의 대립일 뿐 생존을 위한 막강한 결합체로 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1960년대 초 중국과 소련과의 관계는 동맹이라 하기 어려울 만큼 중·소 분쟁이라는 갈등이 진행되고 있어 북방 삼각관계는 느슨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한·미·일의 남방 삼각관계 역시 불편한 한·일 관계와 미·중 간의 데탕트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느슨한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중국, 러시아, 북한의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매우 강력한 관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미·중 간의 경제 및 군사적 갈등,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따른 서방국가 및 미국과의 갈등,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따른 군사훈련 등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 각자에게 적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마도 지금은 과거 진영 간의 대립관계보다도 훨씬 강력한 결합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두만강 철교 하산 나진 방천 퐝찬
2019년 2월 팡촨 용호각에서 바라본 북·중·러 국경지대. 두만강 철교(조선-러시아 우정의 다리)가 보인다. /사진=데일리NK

그동안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균형감 있는 외교적 태도와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해 왔다.

이와 같은 딜레마에 대해 과거 북한이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취한 태도와 결정을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1956년 8월 종파 사건은 당시 북한이 중국의 내정간섭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여 대외적으로 자주노선을 표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 북한은 중소분쟁이 발생하게 되자 중국과 소련의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상황에서도「조소·조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등을 추진하며 국익 우선의 대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것은 북한의 명확한 원칙하에 자국 중심적 외교를 펼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련이든 중국이든 어느 한쪽의 보복성 원조 축소나 경제적 타격은커녕 상대국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북한의 경우와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어느 국가든 국익에 따른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고 해서 다른 쪽의 보복을 두려워하거나 우리 국익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생존에 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금 조성되고 있는 북방 삼각관계를 주시해야 한다. 지금 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한 3자 간의 동맹관계를 향해 다가갈 것이고, 이를 과시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해야 할 한·미·일 남방 삼각관계의 필요성과 동맹 강화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 대립하던 한·일 관계 속에 북방 삼각의 동맹체계에 맞설 수 없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국익을 넘어 안보적 생존에 따른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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