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수법으로 탈북민 유인·납치… ‘장백 사건’의 전말은?

[북한 비화] 메신저를 통해 탈북민들 속으로 잠입해 들어가게 해 체포…총살형 선고 받아

/그래픽=데일리NK

2021년 12월 어느 날 밤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의 북중 국경 지역에서 흰 위장 전투복을 입은 남성들이 한 여성을 압록강 한복판으로 끌고 갔다.

당시 여성에게는 일행이 있었지만, 위장 전투복을 입은 남성들은 일행을 제압해 기절시키고는 황급히 여성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 북한 쪽으로 사라졌다.

당시는 북한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새도 방역을 이유로 쏴 죽일 정도로 철통같이 국경을 봉쇄하던 때였다.

추운 겨울 한밤중에 일어난 납치 사건에 중국 변방대도 손쓸 새가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성들에게 끌려가 사라져 버린 이 여성은 누구일까. 그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010년 탈북한 여성 김모 씨는 수년간 중국에 살면서 북한에 있는 주민들을 꺼내오는 ‘탈북 브로커’ 일을 해왔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탈북 여성들의 가족을 찾는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러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가을 중국의 ‘카이소’(Kuaishou) 앱을 통해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대상에게서 ‘북한에 있는 여동생 2명을 중국까지 데려다주실 분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씨는 선금을 받은 뒤 주저 없이 북한과 연계하고 부탁받은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국경 지역인 창바이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는 늘 그랬듯 중국인 남편을 데리고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나갔다.

그렇게 그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순간 주변에 위장하고 있던 5명의 남성이 갑자기 달려들어 김 씨를 막무가내로 치고 때리더니 이내 압록강 한복판으로 끌고 갔다. 함께 있던 중국인 남편이 김 씨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남성 5명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김 씨는 커다란 흰 마대 속에 물건처럼 구겨 넣어져 북한으로 납치됐다.

2021년 초 북한 국가보위성은 탈북 브로커로 활동하는 중국 내 탈북민을 붙잡아 주민들의 탈북 시도나 탈북 루트를 차단해버릴 것을 지시했다. 이에 양강도 보위국은 위장 탈북민인 정보원을 내세워 카이소 앱을 활용해 탈북민들 속으로 잠입해 들어가게 해 탈북 브로커를 붙잡기 위한 사업을 은밀히 진행했다.

김 씨는 바로 이 사업의 첫 희생자였던 것이었다.

교묘한 수단과 방법으로 김 씨를 유인·납치한 북한은 그에게 총살형을 선고했다.

김 씨의 도움으로 가족을 데려오거나 찾은 탈북민들은 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반이 다 돼가는 지금도 여전히 그가 생전에 했던 발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비법월경(탈북)하는 사람들을 받으러 압록강에 나가면 중국 쪽은 군대도 안 보이고 지뢰도 없다. 중국에서 조선(북한)으로 넘어가는 사람은 더욱 없다. 조선처럼 국경연선에 군대 초소가 줄지어 늘어서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하게 하고 지뢰를 심어놓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중국의 한 개 성(城)만 한 작은 조선은 국경에 아무도 없어도 도망치고 싶지 않은 그런 나라가 못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