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시청한 신의주 10대 청소년 2명, 단속돼 구류장에

"청소년들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열광…단속자들 주머니만 불어날 뿐 달라질 건 없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10대 청소년 2명이 한국 영화를 시청하다 단속돼 구류장에 감금된 상태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지난 3월 말 신의주시에서 남조선(한국) 영화를 시청하던 10대 청소년 2명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구루빠에 적발돼 체포됐다”면서 “이들은 초·고급중학교(우리의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 씨 형제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씨 형제의 부모는 한국 영화 시청에 대한 당국의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국 영화를 보지 말라고 형제들을 통제해왔으나, 형제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곧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한국 영화를 시청하다 단속기관에 발각됐다.

당시 형제는 영화가 들어있는 SD카드를 재빠르게 감췄으나 노트텔을 미처 치우지 못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단속 성원들은 노트텔에 열기가 남아 있는 것을 보고 형제를 집요하게 추궁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몸수색까지 벌여 한국 영화가 들어있는 SD카드를 찾아냈다.

이에 단속 성원들은 가택수색도 진행했는데, 형제의 몸에서 발견된 SD카드 외에는 발견된 게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형제는 현장에서 도 안전국 구류장으로 끌려갔고, 다음날부터 따로 떨어져 조사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조사에서 형은 SD카드의 출처에 대해 ‘길가에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웠다’면서 ‘영화는 나 혼자 보고 동생은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는 동생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따로 조사받은 동생이 영화 제목까지 이야기해 둘 중 한 사람도 풀려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김 씨 형제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살리려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고 있으며, 집까지 팔아서라도 뇌물 비용을 마련하겠다며 집을 살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으나 산다는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요즘 이런 문제는 단속 당시에 현장에서 바로 돈을 써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벌써 20일 정도가 넘었으니 소용이 없을 것”이라면서 “김 씨 형제는 나라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남조선 영화를 본 만큼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은 “지금 청소년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모른다”면서 “단속이 강화될수록 결국에는 단속하는 사람들의 주머니만 불어날 뿐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