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빠진 평양 전기 사정…중심구역도 4시간만 들어와

전력난으로 평양 고층 건물 거주 주민들은 승강기 이용, 급수 문제 등에서 불편 겪어

평양 보통강 강안 다락식주택구 야경.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혁명의 수도라 선전하는 평양에도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심구역도 열악한 전기사정에 주민 불편이 초래되고 있지만, 북한은 주민들에게 꼬박꼬박 전기요금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평양 중심인 중구역 세대들에는 3월 한 달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왔다”며 “주변구역은 살림집 주변에 얼마나 중요한 기관이 있는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전기가 들어왔고 10분 반짝 들어왔다 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 2019년 평양 중심구역은 하루 5시간 정도, 나머지 외곽은 1~2시간 정도 전기가 공급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약 5년 전에 비해 전력 사정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열악해진 모습이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전기공급에도 차별?…평양 중심구역엔 하루 5시간, 그 외 지역엔…)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에서는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가로등이 켜지고 이후에는 꺼진다. 그러나 체제 선전용 동상이나 사적비 등은 이후 시간대에도 약한 등 1개씩은 켜놓아 밤새 비춘다. 전기사정이 좋지 않지만, 체제 선전물에 필요한 전기는 끊이지 않게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겨울에는 원래 전기가 더 잘 안 온다”며 “10분 오든 1시간 오든 하루 1회 전기 온 것은 똑같게 치고 월 전기사용료를 인민반에 꼬박꼬박 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양 중심구역의 경우 전기요금을 기본요금과 초과 요금으로 나눠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전력이 기본요금을 초과할 경우 쓴 만큼 요금을 더 내는 구조다. 반면 주변구역은 적산전력계(전력량계)가 설치되지 않은 집이 많아 가정에 있는 가전제품의 수만큼 요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실제 전기공급과 관계없이 전기요금을 받아 가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는 전언이다.

한편, 전력난으로 인해 고층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를 통해 평양에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사업을 제시한 이후 송신·송화지구 등 평양의 새 지구에 고층 건물들이 잇달아 세워졌지만, 정작 고층 건물에 입주한 주민들은 전기문제에 따른 불편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전기가 오면 물이 그나마 2~3일에 한 번 나온다”면서 “물이 나오는 때는 평양시 모든 아파트가 물긷기 전투를 치른다”고 전했다.

북한은 정수한 물을 높은 곳에 있는 물탱크로 끌어올린 뒤 중력을 이용해 가정에 공급하는 중력급수공급시스템(GFS)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 문제로 물을 끌어 올리는 펌프가 제 역할을 못해 각 세대에 정상적으로 급수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물이 공급되지 않을 때 강에서 물을 길어오는데, 고층 세대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고층 세대는 창문에 도르레를 걸어 물을 길어 올린다”며 “그러다 물 바께쯔(양동이)가 통째로 쏟아져 지나가던 사람들 머리 우에(위에) 쏟아져 신소가 여러 건 제기되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전력 부족에) 승강기는 바라보지도 기대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라며 “고층에 사는 노인들은 닭장에 잡힌 공장 닭처럼 창문 아래만 내려다보고 흙냄새 맡은 지 오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