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평양 보통강변 고급 호화주택과 5만호 살림집 건설

북한이 평양 시내 알짜배기 최고 명당자리인 ‘김일성 저택’이 있던 곳에 고급 호화주택단지를 새로 건설하고 지난해에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정은이 참석하여 테이프를 끊고, 특별 이벤트로 한 세대를 충성동이 고위층에 하사하고 또한 친히 입주자와 함께 고급주택 안으로 들어가서 복층으로 된 내부구조를 둘러보는 등 조선중앙TV를 통해 지도자의 인민 사랑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호화빌라 준공식 이벤트가 벌어졌던 주택단지는 평양시 중구역 보통강변에 건설된 것인데, 이곳을 위성사진에서 찾아보고 당시 준공식 관련 동향을 살펴보고, 아울러 북한이 목하 진행 중인 평양시 살림집 5만호 건설 동향에 대해서도 간략히 더듬어 보았다.

보통강변 고위급 호화빌라 주택단지 건설

평양시 보통강변에 녹지를 철거하고 2022년 4월 고급 호화빌라 단지가 들어섰다. 이곳은 평양에서도 노른자위 명당이며, 고위 간부들이 입주해 사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구글어스

보통강변에 준공된 테라스식 고급 주택지구는 평양시 중구역에 위치하며, 보통강을 옆에 끼고 인근에 호위사령부, 조선중앙TV, 최고인민회의 만수대의사당과 만수대분수공원 등이 있어 평양시 내에서도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이곳에 과거 김일성이 살았다는 ‘5호댁 관저’인 만수빌라를 포함하여 12.5ha 부지에 녹지를 모두 철거하고 새롭게 고급 주택단지를 조성한 것이다.

공사 기간에는 김정은이 4번이나 시찰을 했고, ‘경루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하며, 지난해 4월 14일 거행된 준공식에는 김정은이 직접 참석하여 테이프를 끊었다. 또한, 준공식 때 김정은이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에게 이곳의 새집을 선사하였으며, 아래 사진과 같이 당시 리춘희가 몹시 기뻐하는 모습과 고급단지 내에 불을 대낮같이 밝힌 휘황찬란한 야경이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되었다. 지도자의 인민 사랑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인민 대중 사랑이 아니고, 사실은 고위층 이너서클 길들이기 쇼가 팩트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가운데 청색 치마)가 보통강 변 고급주택 7호동 새집을 선물 받고 기뻐하고 있다.(왼쪽 사진) 단지 내에는 불을 대낮같이 밝혀서 강변도로까지 야경이 휘황찬란하다.(오른쪽 사진) /사진=조선중앙통신

사진에서 리춘희가 감격에 겨워하는 모습과 부녀자들의 살가운 환대와 웃음 속에 김정은의 입도 환하게 벌어졌다. 오른쪽 사진에서는 빌라 단지 내에 층마다 모든 집에 불을 밝혀놓고 보통강변 도로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북한에 전력이 부족하여 지방은 물론이고 평양에서조차 제한 송전한다는데, 하루 저녁 이벤트를 위해 주변 전기를 끌어모으고 야간행사를 한판 크게 벌인 것 같다.

평양 5만호 살림집 건설 소고(小考)

북한은 지금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한창이다. 지난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평양 시내에 2025년까지 매해 1만 세대씩 5년간 5만 세대를 건설할 것을 결정하면서 주요 과업 중 하나로 주택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5만호 새 살림집 건설은 평양에서도 송신지구, 송화지구, 9.9절 거리지구, 서포지구, 금천지구에서 진행이 되는데, 금천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착공하여 목하 건설 중이고, 외관이 완성되어 내부 인테리어 작업만 남겨 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 식량난 속에서 대규모 살림집 건설에 매진하는 것은 당과 지도자의 인민 사랑을 널리 선전하기 위함이라고 하며, 큰돈 안들이고 저렴하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철근과 시멘트, 모래 등 기초건설 자재는 내수 시장에서 대체로 자체 조달이 가능하고, 공사 인력은 돌격대, 천리마운동 등을 통해 전국적 인민 대중을 동원하면 해결되므로 인건비 역시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노동력은 공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참 쉬워 보이고, 역시 전체주의국가답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기세 좋게 시작한 5만호 살림집 건설에 최근 제동이 걸려서 삐걱거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올해 3월 20일과 지난해 2월 8일 RFA 보도에 따르면 송신∙송화지구에서 새 살림집을 20층 높이 고층 아파트로 지어서 외부 축조공사는 마무리됐는데, 내부 인테리어는 자재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아파트 내부 자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창문 유리, 내벽 마감재, 주방기기, 가구와 변기, 욕조 등 일체가 북-중 국경 봉쇄로 들어오지 못해서 공사가 마냥 미뤄지고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고층 아파트 내부공사는 손도 못 댄 가운데, 외부 콘크리트 뼈대 골조만 길거리에 흉물스럽게 우뚝 솟아 방치된 것이다.

맺음말

코로나19와 북-중 국경 봉쇄에 따른 자재 조달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평양 5만호 주택단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콘크리트 뼈대뿐인 구조물만 지어 놓고 건물 내부는 텅 빈 유령의 집 같은 흉물만 도심 속에 양산하는 것이며,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 건설사가 5번이나 바뀌면서 공사가 중단돼 애물단지로 전락한 제2의 유경호텔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제 평양 5만호 건설이 어떻게 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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