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北 시장 곡물가 최근 5년 중 올해가 최고치

직전 조사 때와 비교하면 평양 쌀값 빼고 다 올라…옥수수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

2018년 10월께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곡물을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5년간 조사된 3월 초 북한 시장 곡물가 중 올해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수기 이후 쌀 가격 하락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대체재인 옥수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양강도 혜산의 쌀 1kg 가격은 6300원으로 조사됐다. 2주 전인 지난달 19일 혜산의 쌀 가격이 61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3% 상승한 것이다.

혜산의 경우 지난해 11월 말 1kg에 6300원까지 올랐던 쌀값이 1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5620원까지 내려갔지만 1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조사된 3월 초 북한 쌀 가격 중 올해 가격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7일 조사된 평양, 신의주, 혜산의 쌀 가격은 각각 4870원, 5000원, 5200원으로 올해 3월 초 조사된 북한 시장 쌀 가격이 1000원가량 더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하기 이전인 2019년 3월 초중순 쌀 가격은 평양, 신의주, 혜산이 각각 4200원, 4210원, 4400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동기 대비 평양 쌀값은 38%, 신의주는 42%, 혜산은 30% 상승한 것이다.

아울러 2020년 1월 북한의 국경봉쇄 이후 각 지역에서 곡물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면서 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던 때와 비교해봐도 현재 쌀 가격이 더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평양의 경우에는 쌀 가격이 직전 조사 때와 비교해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조사된 평양 시장의 쌀 1kg 가격은 5800원으로, 지난달 19일 6000원에 비해 3.3% 하락했다.

신의주, 혜산과 달리 평양에서만 쌀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최근 평양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양곡판매소를 통한 곡물 공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역별로 쌀 가격에 대한 등락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은 양곡판매소나 코로나 이후 내부 유통체계 변화로 쌀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의 관리·통제에 따라 지역별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쌀 가격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5일 평양, 신의주, 혜산 시장의 옥수수 1kg 가격은 직전 조사 때와 비교해 일제히 6~11% 상승했다.

특히 평양의 옥수수 가격은 1kg에 3000원으로 지난달 19일 조사 당시보다 11%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평양에서 쌀 수요는 줄었지만, 옥수수 수요는 크게 상승한 셈이다.

또 최근 5년간의 3월 초 옥수수 가격 전체를 비교해 볼 때 옥수수 가격도 올해가 가장 높다. 국경봉쇄 이전인 2019년 3월 초중순 옥수수 가격은 평양 1580원, 신의주 1500원, 혜산 1700원이었는데, 현재 옥수수 가격은 이보다 2배가량 비싸졌다.

이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옥수수 가격 상승률이 쌀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 식량 여건이 좋지 않다는 시그널 중 하나로 인식된다”며 “보통 1분기까지 곡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2, 3분기부터 식량값이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올해는 곡물가 상승 시점이 예년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