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북한의 인권 문제를 조사하는 공식 국제기구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설립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습니다. 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는 아직까지도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성차별에 기초한 여성 인권 침해 사례에 집중했는데요. 그로부터 10년가량이 흐른 지금, 북한 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데일리NK는 현재 북한 각 분야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차별과 폭력 사례들을 통해 북한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진단해보려 합니다. |
해외에 파견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일상적인 성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 북한 여성 노동자가 남성 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사건도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23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랴오닝(療寧)성의 한 임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중반의 북한 여성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남성 간부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피해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피해 여성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업무에도 지장을 보이면서 주변 동료들이 이상함을 눈치챈 데다 결국 외부 의료기관에서 임신 중절 수술을 받고 온 사실까지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이후 해당 공장을 담당하는 보위지도원이 조사에 나섰지만 가해 남성이 여성에게 돈을 주고 합의해 사건이 무마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 내 공장 단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80~90%가 여성이고 5~10%만이 남성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장 노동자의 경우 최소 2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를 남성 간부 2~3명이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동자들이 공장 단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작업장과 기숙사만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일상생활은 물론 애로사항까지 남성 간부들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이 남성 간부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당자금 납부와 관련해서도 관리하고 있어 남성 간부들의 위력이 상당하고 이를 이용한 폭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를 신고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이후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일반적인 경우 범죄인이나 책임자를 곧바로 송환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해외에서 가해자를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고 추후 귀국 후에도 이미 종료된 사건을 재조사하거나 재판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관측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된 북한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은 현지 식당이나 노래방 등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국인이 투자한 식당이나 노래방 등에 취업한 북한 여성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에 비해 소규모 단위로 파견돼 있고 외부 출입 또한 자유로워 북한 남성 간부는 물론 중국인 사장의 성폭력 위험에도 쉽게 노출돼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한다.
문제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성폭력을 당해도 이를 신고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보니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가해 남성들은 ‘조선 여자들은 하룻밤에 200~300위안만 주면 된다’, ‘돈만 주면 다 따라 나온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일부 피해 여성 노동자들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여성 노동자와 남성 관리 간부의 관계가 위계질서가 명확한 군대식 상하관계와 유사해 여성들이 이를 거부하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정치학 박사)는 “북한 사회의 운영 자체가 남성 중심적으로 구조화돼 있기 때문에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다”며 “특히 해외에 파견돼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을 비롯한 모든 생활이 남성 관리자의 관할 하에 놓여있어 위력에 의한 폭력이 이뤄질 때 문제를 제기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