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北 시장 곡물 가격 비교적 안정세…식량 수입 효과?

통상 2월 초 식량 가격 상승하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지난해 곡물량 풀리고 있을 가능성도

북한 농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11일 “농업부문 일꾼들과 근로자들 모두가 주체농법 학습 열의를 비상히 높여나갈 때 다수확의 담보가 튼튼히 마련되고 우리의 농촌 진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2월 초 북한 시장 곡물 가격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1월 말이나 2월 초순부터 식량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보리 수확철까지 춘궁기가 이어지는데 현재까지는 식량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평양 쌀 가격은 1kg에 52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2일 평양 쌀 가격이 5480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보름여 만에 5%가 하락한 것이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 역시 같은 날 기준으로 쌀 가격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달 초부터 상승세를 보였던 옥수수 가격도 이달에는 하락 양상을 보였다.

5일 기준 평양의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2900원에 판매돼 보름 전인 지난달 22일보다 100원 떨어졌다.

혜산의 경우 옥수수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지난 5일 1kg 가격이 3100원으로 조사돼 지난달 22일 진행된 직전 조사 때보다 13.8% 하락했다.

대개 북한 식량 가격은 쌀 수확이 마무리되는 11월 말부터 하락하기 시작해서 12월과 1월 초순에는 비교적 낮은 가격이 유지되지만, 1월 말부터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렇게 연초에 나타나는 곡물 가격 상승세는 대체로 보리 수확이 시작되는 6월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눈여겨볼 부분은 현재 시장 곡물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북한의 농업 생산량 증가에 따른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북한 내부 농장원이나 농업 기관 간부 등 농업에 종사하는 내부 취재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북한의 수확량은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앞서 6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농촌진흥청의 발표를 인용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2022년도에 451만t이었고 2021년에는 469만t이었다”며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전년보다 3.8%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부터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쌀, 밀 등 곡물 수입을 확대하고 있고, 이를 양곡판매소를 통해 시중가보다 20~30%가량 싸게 판매하면서 곡물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도 북한 당국은 2월 8일 건군절을 계기로 제대군관과 영예군인 및 군인가족 등에게 쌀과 옥수수 등을 시장 가격보다 싼 값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역 또는 제대 군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평양, 평안북도, 자강도 등의 10여 개 도시를 중심으로 곡물가가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곡판매소의 식량 공급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특별한 국가 기념일이나 행사 계기에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양곡판매소를 통한 곡물가 안정화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추수 직후 시장에 풀리지 못한 곡물량이 점진적으로 풀리면서 곡물 가격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할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춘궁기에 해당하는 2분기에 식량 가격이 상승하다가 추수기에 해당하는 4분기에는 곡물값이 하락하는 것이 북한의 일반적인 곡물 가격 패턴이었다면 지난해의 경우 4분기 곡물가 하락폭이 예년에 비해 크지 않았다”며 “지난해 식량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유통 여건이 좋지 않아 비축 수요가 증가했고 지난해 4분기에 나타났어야 할 하락 양상이 올 1분기까지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