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길고 가는 모양의 장립종 쌀을 대거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 주민들이 이를 공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장립종 쌀을 장마당에 내다 팔고 다른 쌀을 구매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일 “1월 음력설을 맞아 사리원시 양곡판매소에서 장마당 가격의 반값으로 잡곡과 백미를 8대 2로 줬다”면서 “3인 가족은 10kg을 줬는데 안남미(베트남 쌀)처럼 생긴 쌀도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의소리(VOA)는 북한이 지난해 10~12월 중국에서 장립종 쌀을 대량 수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량으로 수입한 쌀을 연초 주민들에게 공급해 흉흉한 민심을 달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립종 쌀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안남미는 바람 불면 날아가 더울 때 그나마 먹을 수 있지 조금만 식어도 푸슬푸슬해 입 안에서 모래 씹는 감이 나고, 물에 말아도 따로 놀고 잡곡을 섞어 먹어도 따로 논다”면서 “죽을 쒀먹는 데는 차라리 입쌀이나 강냉이(옥수수) 가루, 강냉이 쌀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난의 행군 때 처음으로 먹어본 쌀이 안남미”라며 “전민항쟁처럼 농촌을 도와주는데 이런 쌀을 주냐, 농사가 그나마 잘됐다면서 왜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먹어본 쌀을 먹게 만드냐고 불만을 갖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장립종 쌀에 고난의 행군 당시의 아픈 기억을 떠올린 주민들이 많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공급받은 쌀을 장마당에 내다 팔고 찰기가 있는 쌀을 구매하려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잘사는 사람들 속에서는 조금 먹어도 좋은 쌀을 먹으려고 하는데 못사는 사람들은 내다 팔 생각도 못 하고 조금씩이라도 보태서 하루 두 끼 챙겨 먹을 판”이라면서 “찰기 없는 쌀이라도 양을 많이 줘 배불리 먹게 해주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지역에서는 장립종 쌀이 간부 등에게 공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번 음력설에 간부들이나 사법기관 종사자들과 군인 가족들에게 안남미가 공급됐다”며 “기관에 따라 양이 다른데 7~10kg 사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일반 주민들은 받지 않았고 생활이 제일 어려운 절량세대들이 긴 백미 3kg씩 받았다”며 “특히 노인 세대 위주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긴 백미’는 모양이 얇고 긴 장립종 쌀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주민 생활이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취약한 노인 계층에 장립종 쌀을 공급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금은 좋고 나쁘고를 가릴 만큼 주민 생활이 넉넉지 않아 받은 사람들이야 안 주는 것보다는 좋다고 반기고 있다”면서 “찰기 없는 밥을 먹을 바에는 강냉이밥을 먹는 게 한참 낫다고 생각해서인지 시장에 넘기고 입쌀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고, 팔지 않고 입쌀에 섞어 먹는 주민들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