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받던 여성 2명 행방불명…회령시 보위부 ‘비상’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며 '큰손'이라 불리던 두 자매, 체포 위기 놓이자 자취 감춰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간첩 혐의를 받던 2명의 여성 주민이 행방불명돼 보위부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회령시 보위부가 간첩 혐의자 여성 2명을 체포하려다 놓쳐 불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회령시 보위부가 체포하려던 여성들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국경봉쇄 후 불법 중국 휴대전화로 외부와 연락하면서 송금 브로커로 활동해오던 김 씨 자매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령시에서 큰 손으로 불릴 정도였고, 뒷배도 단단해 법관들이 마음대로 손을 대지 못한 대상들이었는데, 이달 초 이 자매를 통해 돈 이관을 하던 전화 브로커가 중앙 국가보위성에서 내려온 검열 성원들에게 단속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붙잡힌 전화 브로커는 조사 과정에서 김 씨 자매가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송금을 중개해줬을 뿐만 아니라 내부 정보도 유출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결국 김 씨 자매는 간첩 혐의를 받게 됐고, 평소 뒤를 봐주던 보위부 간부들이 나서서 막아주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다만 김 씨 자매는 시 보위부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자신들이 간첩 혐의자로 몰려 체포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그길로 자취를 감췄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요즘은 아무리 뒤를 봐주는 사람이 높은 간부라 하더라도 간첩으로 몰리면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이런 실정 때문에 김 씨 자매도 체포되지 않으려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국가보위성 검열 성원들과 회령시 보위부는 김 씨 자매를 체포하기 위해 사흘간 집 주변에서 잠복했으나 이들이 나타나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내막을 알고 도망친 것으로 파악되면서 보위부에 비상이 걸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회령시 보위부는 김 씨 자매를 잡기 위해 시내와 농촌에 진을 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이 아직도 체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국경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불법 중국 휴대전화 사용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부와 연락한 증거가 발견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간첩죄를 적용해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