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점들에 ‘화폐소독기’ 의무 설치 강제하면서 고가에 강매

기기 구매 비용 최소 3000달러…'국가가 돈 벌기 위해 설치하도록 한 것 아니냐' 비판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쓰고 평양 내 약국을 찾아 코로나19 의약품 공급실태를 직접 파악했다고 지난 2022년 5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자체 개발한 화폐소독기를 약국을 비롯한 상점들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기기 의무 설치를 강제하면서 각 단위가 자체적으로 이를 구매하게 하고 있어 내적으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5월 각 약국에 화폐소독기를 구비해 지폐를 소독한 후 사용하도록 한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외화상점과 백화점 등에도 화폐소독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 주요 상점에 설치되는 화폐소독기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기로,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지난해 12월 “보통강첨단기술제품개발사에서 성능 높은 화페(화폐)소독기를 제작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매체는 보통강첨단기술제품개발사가 개발한 ‘회전식 열풍 및 알콜(알코올) 훈증 화폐소독기’에 대해 특정한 온도의 열풍과 기체화된 알코올을 이용해 화폐를 순차적으로 골고루 회전시키면서 효과적으로 소독하도록 만들어진 설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 약국, 상점들에 설치된 화폐소독기는 벽걸이용과 탁상용 두 가지로 나뉘며 화폐를 넣고 작동시키면 주황색 광선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화폐소독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약국과 상점에 의무 설치하도록 지시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약국 시찰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5월 북한이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을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시내 약국을 시찰하면서 “돈을 주고받으면서 비루스(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약국에 들어온 돈을 소독할 수 있는 기계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 모든 상점이 구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현지지도 말씀’을 관철하기 위해 화폐소독기 자체 개발이 시작됐고 지난해 11월부터 상점들에 국산 화폐소독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문제는 당국이 화폐소독기 설치를 의무화하면서도 이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 상점에서 자체적으로 기계를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북한은 벽걸이형 화폐소독기는 3000달러에, 탁상형은 15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각 상점은 두 가지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해 설치해야 하는데, 북한은 가격이 저렴한 탁상형 소독기를 택할 경우 2대를 구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각 상점은 화폐소독기 설치를 위해 최소 3000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기기를 국돈(북한돈)으로 구매하면 국정 환율이 아니라 장마당 환율로 계산해야 해 국돈보다 달러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 당국은 국영상점이라 하더라도 북한 기업의 무현금 결제 수단인 ‘행표’(추후에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보장하는 유가 증권)로 화폐소독기를 구매할 수 없게 했다. 북한 기업들은 공금 결제 시 행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화폐소독기 만큼은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약국과 상점들에서는 ‘국가가 돈을 벌기 위해 화폐소독기를 강제로 구매해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화폐소독기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폐를 기계 안에 넣어 놓는다고 바이러스가 박멸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평양의 한 상점 직원은 “어차피 고무장갑을 끼고 일하기 때문에 실제로 돈에 비루스가 묻어 있어도 전파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소독기에 돈을 넣어도 정말로 소독이 되는지 알 수도 없고 3000딸라(달러)가 아까울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