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 창의성·비반복성 주문한 北…부엌 설계 혁신 강조

"여성들을 집안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시키려는 것이 당의 숙원"…도별 설계 경쟁 부추겨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노동자구의 살림집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지방 살림집 건설 3년 차를 맞아 건설의 창의성, 비반복성을 통한 부엌 설계·시공에서의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2021년 초 열린 8차 당대회 이후 2년간 진행된 각 도·시·군 살림집 건설의 질적 제고 실태에 대한 내각 건축 부문의 중간 총화가 지난달 28일 진행됐다.

소식통은 “지난 2년간의 평가와 향후 방향을 제시하고 경쟁에 불을 붙이기 위해 내각에서는 중앙과 지방 현장의 실력 있는 건축가들로 ‘살림집 건설 총계획 평가 분석 분과’를 임시로 내오고(조직하고) 내부 인트라넷 회의로 각 지역 살림집 설계·시공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평가에서는 여성들을 집안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시키려는 것이 당의 숙원이고 건설 정책임을 자각하고 현실에서 설계로 반영했는지를 핵심으로 짚었다고 한다. 지난 2년간의 지방 살림집 건설 최우수 평가 기준을 부엌 설계 시공에 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지방별 특성에 맞게 현대식 부엌 설계·시공을 주도한 몇몇 도·시·군이 주민들로부터도 호평받고, 이번 총화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난방, 취사용 연료를 순수 나무로만 해결하는 자강도의 어느 한 지방에서는 농촌지역이라고 60년대 재래식 부엌 구조만을 고집하지 않고 입식의 현대식 부엌으로 설계·시공하면서 부엌을 이용할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점을 설명해 새로운 부엌 문화를 선도한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렇듯 내각은 건설에서의 창의성, 비반복성을 꾀한 설계·시공 사례들을 꼽으면서 이를 향후 살림집 건설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아파트면 입식, 단층이면 재래식 부엌 구조가 응당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앞으로는 그 지역에서 어떤 땔감을 쓰는가와 입주자들의 의견이 어떠한가가 부엌 설계·시공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번 평가에서 강조됐다”고 말했다.

특별히 부엌 설계와 관련해서는 위에서 비준된 안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입주할 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의향을 반영해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거환경의 질적 개선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간격을 줄이고 현대적이고 문명한 농촌건설구상에 걸맞은 건설 기풍으로 전국에 새로운 건설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김정은 시대 살림집 건축 정책 관철에 대한 내각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식통은 “일부 여성들은 ‘부엌에 마루를 깔아 앉아서 밥하는 것이 편한 사람이 있고 서서 밥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취향에 따라 다 다른데 모든 여성들을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하는 일처럼 말하는 것은 좀 과도하다’면서 뒤에서 수군거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내각은 부엌 구조가 여성들을 집안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시키는 것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면서 살림집 건설 창의성, 비반복성 평가의 중심을 부엌 설계·시공에 두고 도별 경쟁을 부추기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지방 살림집 건설 현장들의 설계·시공 경쟁에 불을 붙인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