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부과된 과도한 상납 과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어려운 여건에도 과제 수행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학교에서 부과하는 (꼬마)과제는 어린 학생들이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그래서 자연히 부모들이 과제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것을 못 하면 자식이 학교에 가서 창피를 당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장사의 길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방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일종의 방학 숙제처럼 ‘꼬마계획’이라 불리는 과제를 내린다. 학생들에게 토끼 가죽 몇 매, 파철 몇 kg 등 할당량을 제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다만 학생들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워낙 많은 양의 과제가 내려지다 보니 결국에는 부모들에게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난에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가정이 많아 부모들이 과제를 대신 수행하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과제를 수행해야 학급에서 좋은 평가도 받고, 학급생들에게도 당당하고, 담임선생에게도 잘 보일 수 있으니 가정 형편을 알 리 없는 어린 학생들은 부모에게 과제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떼를 쓴다”며 “학부모들은 하루 끼니 해결도 어려운 실정에서 배로 벌어야 하니 난감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령의 한 가정에서는 방학 과제를 하지 말라고 (부모와 자녀가) 싸우는 일도 있었다”며 “(부모는) 심지어 ‘과제만 강요하는 학교에 다니지 말라’며 자녀를 억누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와는 반대로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과제가 내려졌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철이 들 대로 들어 집안 살림을 잘 알기에 부모들에게 과제를 말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며 “학교에서 과제를 수행 못 하면 집으로 되돌려 보내기도 하는데 그래도 본인들이 감당하지 절대로 집에 와서 학교 과제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도한 상납과제에 부모와 자식 간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남몰래 속앓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학생들은 과제를 못 하면 학교로부터 지적받는다”며 “국가적 지시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교원들이 학교별, 학급별 총화 사업에서 꼴등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개학 후 각 담임 교원들은 학급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과제 수행 여부에 대한 총화를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들은 과제를 다 수행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면박을 주기도 하고 ‘언제까지 할 것이냐’며 독촉해 개학 때가 되면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전언이다.
한편, 교원들은 실제 내려진 과제량보다 더 많은 양을 학생들에게 요구해 개인적으로 이익을 챙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소학교들이나 초·고급중학교들에서 교원들이 과제를 명분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그렇지만 이 문제가 일부 학부모에 의해 제기되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교원들은 많은 양을 요구하지는 못하고 그 대신 학부모들에 돌아가며 식량과 현금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북한 교원들은 쌀 1~2kg도 사지 못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장사도 할 수 없어 배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배급마저도 요원해 학생들의 과제를 부풀려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학부모에게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