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시 송봉동 母子 행방불명…보위부, 탈북 가능성 두고 수사

지난달 말 사라져 인민반장에 의해 신고돼…소식 접한 주민들, 국경 경비 완화 의미부여하며 반색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사진=데일리NK

양강도 혜산시 송봉동에 살던 한 모자가 지난달 말 감쪽같이 사라져 보위부가 탈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혜산시 송봉동에 살던 한 가족의 엄마와 아들이 갑자기 사라져 행방이 불명하다”며 “이들이 사라진 지 이틀 만에 인민반장과 동네 주민들에 의해 신고됐고, 현재 보위부는 도주(탈북)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는 모자의 집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한 날로부터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에 이들이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들 모자가 사라지기 전의 움직임과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사라진 모자 가운데 엄마인 여성은 26일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자위경비법에 따른 동네 순찰을 맡았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자위경비법에 따른 동네 순찰은 두 세대가 함께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사라진 여성은 다른 세대 여성에게 ‘집으로 들어가서 쉬라. 내가 4시 정도에 할 일이 있어서 그냥 혼자 경비를 돌고 들어가겠다’면서 다른 세대 여성을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침에 날이 밝으면 경비대장이 인민반장에게 인계돼야 하지만 이 여성이 나타나지 않아서 인민반장이 이 여성의 집을 찾아갔고 문에 자물쇠가 걸려있어 집으로 돌아왔다”며 “그날 저녁, 다음 날 아침에도 소식이 없어 인민반장이 다시 이 여성의 집을 찾았는데 여전히 자물쇠가 잠겨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보위부에 신고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나온 보위원이 강제로 자물쇠를 열고 들어갔고, 집에 가장집물도 별로 없고 불을 땐 기미도 없이 집안이 싸늘해 이상함을 느끼고 이 가족의 문건을 캐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가족 도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뒷조사를 해보니 이혼한 남편이 2019년 도강(渡江)한 뒤 행방이 불명한 것으로 밝혀져 보위부는 이 모자가 이혼한 남편을 따라 중국으로 도주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모자가 사라진 사건은 삽시에 송봉동을 비롯한 그 주변의 동들에도 퍼졌다”며 “주민들은 남편이 브로커를 동원해 비법월경(탈북)시켰을 것으로 추측하면서 ‘지금처럼 삼엄한 경계 속에서 어떻게 했을까’, ‘국경 경비가 좀 완화된 것일까’하고 수군댔고, 이 발언들은 보위부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그러자 보위부는 “아직 정확한 수사 결과도 없는데 남편이 과거 도강 후 돌아오지 않은 행방불명자라고 해서 가족도 강을 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유언비어를 조성해 반동사상을 유포시키려는 위험한 행위”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무리 국경을 물샐틈없이 지킨다고 해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며 국경이 좀 풀리고 있다는 안도감도 든다”며 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민들은 이 모자에 대해 “그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잡히지 않고 남편이랑 잘 만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