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천이 무인기 대응 실패로 해임? “언제든 복귀 가능성 있어”

소식통 "박정천은 화력 중심 전략 전술 꿰뚫는 軍 핵심 두뇌"…문책성 인사 관측 일축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인 2022년 4월 25일 오후 9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원수복을 입고 거수경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양 옆에는 박정천(왼쪽)과 리병철(오른쪽)이 자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해 말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군(軍) 서열 1위인 박정천을 전격 해임하자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위법행위로 직무에서 해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지난 1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박정천 동지를 소환하고 리영길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하였다”고 전했다.

박정천은 전원회의에 참석해 주석단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인사와 관련한 조직문제 표결 시 손을 들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조선중앙TV 영상에 포착돼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9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박정천은 기존에 맡았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위를 내려놓긴 했지만 ‘철직’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식 직함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군 관련 직무에서 여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천은 군 최고 계급인 인민군 원수 칭호를 받은 군사 지휘관이고 화력 중심의 전략 전술을 꿰뚫는 군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고 있어 군 관련 직무에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박정천이 없는 자리에서 고위 간부들에게 “10년의 혁명영도 기간 박정천 동무에게 여러 가지 과업을 주고 너무 많이 데리고 다녀서 통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는 걸로 안다. 박정천 동무를 좀 쉬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북한 당국은 전원회의 직후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을 군 및 군수 부문 책임일꾼들에게 의도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천의 직무 해제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언급이 알려지자 군 간부들은 ‘원수님의 사랑과 배려’에 감동 받아 ‘격정에 찬 울음’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총애를 받던 박정천이 갑자기 직무에서 해임된 것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문책성 인사라는 뒷말이 돌지 않도록 당국도 사전에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당시 대회장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박정천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함께 찍은 대형 사진(빨간색 원)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핵·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유진도 지난해 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당 군수공업부장에서 해임됐지만,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보선됐다.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진은 군수공업부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계속해서 전략무기 개발과 관련한 중책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미국 재무부는 유진이 해임됐음에도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했다는 명목으로 대북 제재 명단에 그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정천도 비공개적으로 인민군 전략 전술 또는 포 무력 관련 업무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박정천의 자리를 채운 리영길은 2016년 처형설이 나도는 등 부침을 겪은 바 있지만 ‘충직함’이 인정돼 군 내 최고 자리를 꿰찼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1년 의주방역장 부실 건설과 식량 특별공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리병철이 보직 해임됐을 때 현장에 책임자로 파견돼 당의 의도대로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리영길 당시 국방상이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리영길은) 당 정책이 내려올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바로바로 집행하는 실천형의 일꾼”이라며 “심지어 비판과 처벌 앞에 마주쳐도 알아주건 말건 동요나 비관 없이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당만 바라보는 인간으로 평가돼 지금 자리를 얻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군 수뇌부 교체에 군 간부들 사이에서는 “출신 성분이나 나이, 직위, 경력, 심지어 과거 공로와도 무관하게 오직 충성으로만 태양(수령)을 결사옹위해야 혁명의 책임지휘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부 분위기에 미뤄 앞으로 군 간부들의 충성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