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즐기는 것이 북한의 오랜 풍습이지만, 극심한 생활난에 올해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함흥시에서는 올해 양력설에 가족이 모이지 않는 세대가 많았다”면서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모여 한 끼의 식사도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생활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조직별, 개인별로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을 찾아 꽃을 증정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보통 출가한 아들, 딸들이 가족과 함께 부모를 찾아가 새해 인사를 드리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극심한 경제난이 닥치면서 새해 첫날에 온 가족이 모이는 오랜 풍습이 점차 사라지게 됐고,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가족 모임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지난해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 아들·딸 가족들이 부모 집을 찾은 경우가 한 인민반에 20세대정도 됐다면 올해는 10세대도 안 된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유치원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학생이 스승에게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갈 때는 맛내기(조미료) 한 봉지라도 가지고 가는 것이 하나의 문화였으나 올해는 잘 사는 집 학생들을 제외하면 스승의 집을 찾은 학생들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부모나 선생들은 자식들이나 학생들이 설 인사한다고 찾아가면 무엇을 가지고 왔는지 기대하며 손부터 바라본다”며 “지금처럼 생활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 빈손으로 가면 실망할 게 뻔하니 자식들은 자연히 부모를 찾아가지 않게 되고 학생들도 선생에게 인사드리러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력설에 제사를 지내던 방식도 코로나 사태 후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북한에는 1월 1일 0시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당국이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하면서 0시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온 자식들이 모이지 않고 생전에 부모를 모셨던 자식만 제사를 지내고, 생활난에 돼지갈비나 가자미, 임연수 등을 제사상에 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함흥시 사포구역에 사는 한 주민은 본보에 “작년 설에만 해도 온 가족이 모여 우리 가족의 일이 잘되게 해달라, 아프지 않게 해달라며 제사를 지내고 다 같이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보냈는데 올해는 모두 사는 게 어렵다 보니 각자 제사 음식을 하나씩 맡아 가져다주고 제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생활난에 가족 모임도 포기하고 있는데 당국은 설날 아침 동상 꽃 증정 사업을 정치적으로 총화 짓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