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이탈 및 잠적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 당국에 비밀리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 파견 노동자들이 위조여권을 만들어 도망치거나 숨어버리는 사례가 급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대북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러시아 내 북한 기업소 간부가 지난달 초 연말 결산으로 당국에 올려보낸 자료에는 2022년 한해 위조여권으로 도망쳐 숨어버리는 사례가2021년보다 2배 증가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면서 “이에 북한은 지난달 중순 러시아 현지에서 행방불명된 인원들의 명단을 러시아에 넘겼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단순히 도피자를 잡겠다는 목적보다는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위조여권으로 러시아에 숨어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아는 파견 노동자들의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의 협조 요청을 받은 러시아는 KGB나 경찰을 통해 북한 파견 노동자들에게서 뒷돈을 받고 위조여권을 만들어주는 개인 브로커들에게 직접적으로 경고하면서 북한 사람의 위조여권을 만들어주지 말 것과 위조여권을 만들려 하는 북한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하겠다고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이후 늘어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이탈 행위에 북러 당국이 긴밀한 공조에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양국이 협조한 내용은 여기(러시아)에 파견돼 일하는 기업소 1번, 2번, 3번도 모르게 당국끼리 주고받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1번, 2번, 3번은 러시아 내 북한 기업소 지배인, 당비서, 보위지도원을 의미한다.
이에 현재 러시아에 파견돼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미 작업장을 이탈해 위조여권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러시아에서 몰래 숨어 지내는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 동요가 일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더욱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 내 중국인 불법체류자들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위조여권 브로커들은 지금껏 북한 사람들에게는 위조여권을 만들어주고 중국인들에게는 불법적인 비자 연장 서류를 만들어주는 작업을 해왔는데 그런 브로커들에게 러시아 당국이 경고장을 날리면서 북한 사람들은 물론 중국인들까지 경직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은 도망친 인원이 늘어났다는 실상 보고에 ‘이전과 다른 협조가 진행 중이니 다 잡혀 오는 몰골을 머지 않아 볼 것’이라고 하면서 ‘남은 자들을 잘 통제하고 한 명이 남을지라도 조국에서 준 계획분은 무조건 수행하라’고 지령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