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북한 달력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경루동)가 부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지난해 4월 13일 완공됐고, 김일성의 사저 부지에 건설돼 ‘북한판 유엔빌리지’로 불리고 있다.
최근 데일리NK가 입수한 2023년 달력엔 경루동은 11월 달력에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어 김 위원장의 주요 치적으로 취급되는 모습이다. 달력 하단에는 보통강과 함께 잘 어우러진 테라스 형태의 계단식 고급 주택의 사진도 함께 들어가 있다.
북한이 제작하는 출판물은 모두 체제 선전이나 내부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담고 있다. 여기에 달력도 예외는 아니며 북한은 매년 이런 목적에 충실한 달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북한이 외부에 가장 선전하고 싶은 건설 사업으로 경루동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제재와 국경봉쇄로 인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건재하다는 인상을 외부 사회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12일 노동신문을 통해 ‘2022년은 역사에 일찌기 없었던 시련과 격난 속에서도 건설의 최전성기를 펼친 의의 깊은 해’라고 평가하며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첫 실체인 송화거리가 준공되고 보통강기슭에 특색있는 다락식(계단식)주택구가 모습을 드러냈으며,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마감 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역사적 사변이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자랑하는 송화거리 역시 이번 달력의 2월 배경 사진으로 사용됐다. 송화거리는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의 첫 결과물로 지난 4월 11일 준공됐다. 2022년 4월 11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돼 공식 집권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김 위원장 공식 집권 일에 주민들에게 대규모 주택을 공급해 애민 정신을 가진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런 점을 외부에도 선전하기 위해 송화거리를 달력 사진으로 사용한 것이다.

달력 하단에는 송화거리의 주요 건축물 중 하나인 80층 빌딩의 사진이 포함돼 있다. 이 빌딩에 약 900세대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매년 평양에 1만 세대씩 5년 동안 5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는 장기 계획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건축물 달력 삽입 선전 방식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달력에는 새롭게 추가된 건설 사업 외 려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 과학기술전당 등 김 위원장 시대 개발된 건축물과 거리 사진도 포함됐다. 여기에 개선문이나 주체사상탑도 포함됐다. 과거와 현재 북한을 상징하는 주요 랜드마크를 달력에 적절히 배치한 모습이다.
한편, 이번 달력은 대외출판물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북한 외국문출판사에서 제작했다. 북한 내 주요 대표건물을 외부에 선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달력은 북한말로 거리 이름, 주요 일정에 관해 설명하고 중국어를 병기했다. 북한 내부 주민용으로 만든 달력에는 중국어 병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