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교 정보기술 수업 중요하다면서 설비는 자력갱생하라?

형식적인 교수 집행 지적하며 학교 현대화 주문…학교들 "학생들 주머니 털어서라도..."

북한 평양초등학원에서 학생들이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북한 사이트 ‘류경’ 캡쳐

북한 교육 당국이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정보기술 과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컴퓨터 등 관련 설비를 갖춰 학교 현대화 수준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9일 “교육위원회가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실시 후 매년 2회씩 현장에 내려간 시학(視學)들이 요해 분석한 자료를 종합해 이달 초 도 교육부들에 내려보냈다”면서 “이를 통해 지난 5년간 소학교 4, 5학년부터 진행되는 정보기술 과목 교수 집행이 실속 없이 진행되고 있는 편향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과 뒤처진 학교 현대화 문제를 콕 짚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11년제(유치원 1년, 소학교 4년, 중학교 6년) 의무교육을 시행해 오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6차 회의에서 소학교 과정을 1년 더 늘려 12년제(유치원 1년, 소학교 5년, 중학교 6년)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령을 채택했으며, 2017년 새 학년도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12년제 의무교육 채택 의도는 학생들이 기초를 터득하는 소학교 과정을 1년 늘려 정보기술 과목의 질과 양을 높이는 것으로 조기 수재 교육에 힘을 넣겠다는 것이었는데 정작 학교들에서는 지난 5년간 정보기술 과목 교수 집행을 형식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는 학교별 물질 기술적 토대, 즉 정보기술 과목과 관련한 설비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수도와 지방, 대도시와 농촌 그리고 국가가 관심 두는 제1고급중학교 부속 소학교와 일반 소학교 간에 컴퓨터 시설이 큰 차이가 나는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고 한다.

실제 평양시와 황해남도 해주시 소학교들이 컴퓨터 보유 대수가 63%로 가장 많았고, 함경남도 고원군과 강원도 고산군은 6%로 시설 현대화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분석자료에는 일부 소학교들에서 정보기술 과목 교수 집행에 필요한 컴퓨터 구비와 시설 현대화가 모두 학생들에 대한 세외부담으로 돼야 한다고 우는소리만 해왔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컴퓨터 조기 교육을 성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국가의 교육 행정지도 사업체계와 질서를 정연하게 세우지 않고 현대화 과제를 건성건성 집행하면서 조건타발만 내세운 소학교들의 태도와 관점이 가장 문제라고 분석됐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부족해 아직도 어떤 학교들에서는 이론만 가르치고 있고, 어떤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컴퓨터 앞에 몇 분 앉았다가 수업이 끝나버리기도 하고, 또 학생들이 컴퓨터 이용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른 과목 밀린 숙제를 해도 교원들이 별달리 제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교육 당국은 이런 내용이 종합적으로 담긴 분석자료를 도 교육부들에 내려보내면서 소학교 현대화 기한을 정하고 시학들을 현장에 파견해 수시로 집행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학들의 전국 학교 방문 과정에 자격 급수 미달인 정보기술 과목 교원들이 있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도별로 연말까지 소학교 정보기술 과목 교원들의 전반적 급수 및 자격 수준을 재평가할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문제가 제기된 학교 교장들은 교육부에 불려 다니면서 비판서를 쓰고 있다”며 “교육부는 이번에 당에서 정보기술 과목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교 현대화가 보통교육 분야의 최우선 정책이라고 했다면서 학교들을 채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력갱생으로 학교 현대화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학교들에서는 “아침도 못 먹고 나오는 학생들의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컴퓨터를 사다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