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탄 값 싸졌는데 못 사…혹한에 생존 위협 받는 北 주민들

소식통 "심각한 경제문제를 겪고 있는 주민들은 석탄 구매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사진=데일리NK

북한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주민들은 겨울나기 준비에 힘겨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난 속에 방한용품과 난방 자재를 구하지 못해 생존에 위협을 받는 주민들이 많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황해도를 비롯한 내륙지방은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유지하고 있지만, 양강도와 함경북도를 비롯한 북부 산간 지역에는 많은 양의 눈이 오고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다”면서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하지만 방한용품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도시 지역에는 그나마 두툼하고 고가의 동복을 입는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군(郡)이나 리(里) 단위에서는 4~5년 정도 입은 동복을 올해도 입고 다니는 주민들이 더 많다”면서 “특히 농촌지역의 학교 학생들이 헤지고 찢어진 동복을 입고 등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집안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 농민들의 자녀들”이라고 말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12일까지 양강도 혜산의 최저기온은 영하 25.8도, 평균기온은 약 영하 13도로 관측됐다. 이렇듯 혹한이 닥쳤음에도 북한에는 제대로 된 방한복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이 많고, 특히나 경제력이 좋지 않은 지방 주민들이 더욱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북한 주민들은 난방 자재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올해도 겨울나이(겨울나기) 땔감을 충분히 마련한 세대들이 많지 않다”며 “잘사는 세대들은 9~11월 사이에 2~3t의 석탄을 구매해 겨울나이 준비를 마쳤지만, 생활 형편이 어려운 세대들은 겨우 100~200kg의 석탄을 구매해 생활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석탄을 구매해 이를 구멍탄으로 빚어 겨울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데, 이 구멍탄은 북한 주민들의 겨울 난방 연료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민들이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약 2t의 석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석탄을 충분히 확보했지만, 저소득층은 필요량의 1/10밖에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시대부터 대부분 탄광에서 수출을 못 하게 된 석탄을 내수용으로 돌리면서 가격이 눅었는데(저렴해졌는데) 심각한 경제문제를 겪고 있는 주민들은 석탄 구매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때문에 평안남도와 황해북도의 농촌지역에는 몇 개월째 팔지 못하고 무져(쌓아) 놓은 석탄이 그대로 놓여 있다”며 “그만큼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본보가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조사한 북한 내 석탄 가격 자료를 종합해보면 전반적으로 내부 석탄 가격은 하락 추세다. 지난해 12월 조사된 구멍탄 가격은 평양 750원, 신의주 600원이었으나 올해는 평양 600원, 신의주 500원으로 약 20%가량 저렴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돈이 없어 난방 연료를 사지 못하는 주민들은 대신 산에 올라 나무를 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살림법 개정으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녹화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무단 벌목에 대한 단속과 처벌 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은 예전처럼 산에서 나무를 해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