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무상 공급 우유 먹은 어린이·부모 집단 식중독 증세 호소

냉장 시설 미비가 이번 사건 원인으로 파악…소식통 "냉장고도 없고 전기도 안 오는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6월 19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적 부담으로 전국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보장할 데 대한 결정이 채택된 때로부터 1년이 됐다”며 “전국 모든 시·군들에 젖제품 생산기지들을 신설, 확장하기 위한 사업이 강력히 추진되고 생산능력이 확대돼 온 나라 어린이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젖제품들을 정상 공급할 수 있는 전망이 열렸다”고 선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5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유제품)을 공급하는 육아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평양에서 공급된 유제품을 먹은 어린이들과 그 부모들이 집단으로 식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평양시 대성구역에서 5세 미만 어린이들과 그 부모 10여 명이 복통과 설사, 구토 등의 동일한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동사무소에서 일괄적으로 공급한 유제품을 섭취한 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의 대표적인 육아 정책은 아이들에게 분유와 우유 등 유제품을 공급하는 일이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적 부담으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공급하는 것을 당의 정책으로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북한 당국은 염소 목장을 확대하고 젖가공 설비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왔으며, 지난 2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무상으로 공급해 훌륭한 양육조건을 보장하는 것을 규제하는 내용의 ‘육아법’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유제품 생산을 늘린다 해도 이를 보관할 수 있는 냉장 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유제품을 저온 상태로 보관하고 운반할 수 있는 냉장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제품을 공급한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에는 냉장고가 없는 가정이 적지 않고, 냉장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력이 24시간 공급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유제품 분배를 담당하는 동사무소도 냉장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유제품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냉장 트럭이 여러 동사무소를 각기 다른 시간에 돌면서 유제품을 주민들에게 즉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냉장 트럭도 그 수가 많지 않아 매일 전 지역 동사무소를 돌지 못해 일주일에 한 번 유제품이 공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해진 시간에 공급된 유제품을 받지 못하면 일단 동사무소가 제품을 보관하게 되는데, 그 사이 제품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식통은 “냉장 보관하지 않은 젖제품은 빠른 시간 내에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이를 함께 먹곤 한다”며 “이번 사고에서 어른들도 식중독 증상을 호소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아이들에게 젖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이지만 냉장고도 없고 전기도 안 오는데 어떻게 신선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겠냐”며 “냉장고 없이 젖제품 공급만 늘리면 이런 사고가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