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원들 ‘숙제’ 때문에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원성 자자

사회안전성 창립일 맞아 자금 바치라는 지시 내려져…안전원들 주민 주머니 털기 사활

2017년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규찰대원이 길가던 주민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남도 함흥시 안전부가 안전원들에게 ‘숙제’를 내리면서 애꿎은 주민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최근 함흥시 안전원들이 주민들의 주머니 털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안전원들이 숙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이 이야기하는 ‘숙제’란 소속 기관에 갖다바쳐야 하는 돈을 의미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 안전부는 사회안전성 창립일(11월 19일)을 맞으며 각 부서와 분주소(파출소)들에 300달러씩 바치라는 지시를 내적으로 내렸다.

이에 부서장들과 분주소장들은 소속된 안전원들에게 일정량씩 분담해 숙제를 내줬다고 한다.

북한의 안전기관은 사회안전성 창립일을 명절로 쇠고 있다. 이에 사회안전성 창립일이 있는 11월이면 안전부들에서 명절 준비와 함께 상급에 바칠 뇌물을 마련하느라 주민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전언이다. 안전원들이 받은 숙제를 해내려면 결국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은 매년 11월이면 안전원들의 무차별적인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조심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안전원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숙제 수행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마련에 나선다”며 “숙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미운털이 박혀 먹을 알이 없는(떨어지는 게 없는) 부서나 농촌으로 조동(調動)될 수 있어 어떻게 해서나 숙제를 수행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돈 마련에 급급한 안전원들은 지나가는 주민들을 괜히 불러 세워놓고 꼬투리를 잡아 억지로 벌금을 받아 내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례로 함흥시 성천동 분주소의 한 안전원은 지나가던 주민을 붙잡아 옷차림과 머리 단장을 지적하며 사품 검열을 하고 풍기 문란을 이유로 2만원의 벌금을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단속당한 주민은 “강도도 저런 날강도가 어디 있느냐. 지나가는 사람을 세워놓고 머리와 옷차림을 트집 잡아 벌금을 받아 내는 것은 처음 겪어본다”며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또한 함흥시 사포동에서는 안전원들이 “개인이 쌀을 팔지 못하게 단속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골목길에서 쌀을 파는 주민들에게 벌금을 물려 마구잡이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안전원들에게 인민들의 원성을 풀어주라고 하는데 오히려 인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안전원들이 숙제를 수행하기 위해 주민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 마련에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원들이 이렇게 된 데는 전적으로 상습적인 숙제를 내리는 상급 기관에 책임이 있다”며 “하부에 있는 안전원들은 지속되는 숙제에 ‘이제는 안전원도 제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못 해 먹겠다’며 한숨을 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