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코로나19 전과 후의 북한 국경 지역 위성사진을 1차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로써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국경 지역의 철조망과 감시초소, 순찰 도로 등을 새로 설치하거나 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HRW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1300km에 달하는 북한의 북측 국경 중 300km가량을 포괄하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코로나19 발생 전과 후 북한의 국경감시 상황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초 이후 여러 지역에 ▲새 철조망을 설치하고 ▲철조망을 한 줄 더 추가하고 ▲기존의 철조망을 보강하고 ▲순찰 도로를 정비하거나 확장하고 ▲국경지대를 따라 새로 경비대를 배치하고 ▲감시초소와 망루를 세웠다.
특히 HRW는 중국 지린성 맞은편 두만강변에 있는 회령시 인근 7.4km 국경지대에 초점을 맞춰 위성사진을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HRW는 “회령 국경 일대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에 이미 거의 전역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고 5개의 감시초소가 있었다”면서 “2022년 4월에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169개의 감시초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9.2km에 달하는 지역에 철조망을 한 줄 더 추가했으며, 9.5km에 걸쳐 기존 철조망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HRW는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하고 감시초소를 증설한 모습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2019년 3월과 2022년 4월 촬영된 회령시 국경 일대의 위성사진을 비교해 게재했다.
회령시 국경 지역에는 강둑을 따라 감시시설이 조밀하게 설치돼 있지만, 강이 비교적 얕아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불법적인 국경 횡단과 밀수 등 비공식 교역이 이뤄져 왔다고 HRW는 설명했다.
HRW는 “회령시에서 무역과 밀수를 했던 탈북민 5명과 2013년 이후 탈북한 전직 북한 관료 2명은 2011년에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회령시의 보안 활동이 강화됐고 2013년 무렵에는 많은 소규모 상인들이 더 이상 밀수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돕는 단체 3곳으로부터 2020년 이후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탈북 지원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말을 들었다”며 “국경을 넘나들면서 밀수했던 탈북민 5명은 2020년 2월 이후 어떤 물건도 일체 밀반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고, 이 탈북민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송금 브로커 10명 중 단 1명만이 계속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HRW는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북측 국경지대의 감시활동을 대폭 강화해 이동과 교역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처럼 국경 감시가 강화되면서 식량과 의약품 등 극심한 생필품 부족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던 국경 지역에서의 무허가 경제활동이 거의 전면적으로 중단됐다”며 “이동의 자유권이 억압돼 해외 망명(탈북)을 시도하는 주민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리나 HRW 한국 전문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조치를 빌미로 주민들을 더욱 억압하면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북한은 식량과 백신, 의약품 공급을 개선하고 이동의 자유 등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HRW는 내년 초 북한의 북측 국경지대에 있는 다른 지역들의 위성사진을 포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