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준비 태세 검열한다며 주말에 공습경보…주민들 ‘깜짝’

별안간 사이렌 울리니 주민들 우왕좌왕…중앙 민방위부 낙제 받은 4곳 집중 지도 나서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살림집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이 주민들의 전시 준비 태세 점검을 위해 주말에 기습 사이렌을 울려 휴식을 취하던 주민들이 당황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강원도 천내군, 황해남도 재령군, 황해북도 사리원시, 남포시 온천군에 민방위 부문 전시 전투준비 검열 실태에 대한 지시가 동시에 내려져 12일 저녁 6시에 갑작스럽게 사이렌이 울렸다.

앞서 기관 기업소나 인민반에 포치된 내용이 없었던 터라 주민들은 5~10분간 이어진 사이렌 소리에 놀라면서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결국 이 4개 지역은 민방위 전시 공습경보 및 주민 대피안내서 숙지 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평가돼 낙제 점수를 받았고, 중앙 민방위부가 집중 지도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에 종합된 보고에는 일부 주민들이 사이렌이 울리자 처음에는 초저녁에 무슨 일인가 했고, 다음에 3방송으로 ‘공습경보입니다’라고 알려주었는데도 기관별로 비상연락망 체계가 가동하지 않아 포치된 것이 없으니 모른다는 식으로 일상생활을 이어 갔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에 중앙 민방위부에서는 안일 해이해진 지방 민방위 사업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민방위부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천내군 주민들은 사이렌이 울린 뒤 3방송으로 공습경보를 알리면 모든 불빛을 차단하고 30분 후 조직별로 지정된 구역으로 대피하도록 하라는 전시 대피안내서 자체를 모르고 자택에 그냥 머물러 있어 평소 민방위 훈련을 소홀히 한 문제가 심각히 제기됐다.

황해남도 재령군은 방공호나 지정된 대피 구역에서 인원 점검을 한 결과 사이렌이 울린 뒤 1시간 이내에 대피안내서대로 대피한 인원이 10%뿐이었다는 문제가 제기돼 ‘대피하라는 연락이 가긴 갔지만 주민들이 초저녁부터 집 문을 걸어 잠그고 구들에 불을 때고 일찍들 누워 자는 현상 발로’라고 보고됐다.

또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경우에는 “미리 말도 없이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조직적 포치도 없이 움직일 수 없는 실정에서 어떻게 개인이 알아서 움직이겠느냐”는 등 주민들이 사전 지시가 없어 움직이지 않았다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적시됐다.

아울러 남포시 온천군과 관련해서는 사이렌 소리가 오래 울리자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보위함 등을 가지고 집 밖으로 나오긴 했으나, 누구를 따라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서성대며 1시간을 밖에서 떨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는 당시 현장 상황이 보고서에 담겼다.

중앙 민방위부는 주민들이 전시 공습경보 및 대피 훈련에 만성적이고 안일 해이한 태도를 보인 것은 해당하는 지역 민방위부들과 연관된 민방위 조직들이 ‘전민 무장화, 전국 요새화’라는 당정책을 입으로만 떠들고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직접 실태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중앙 민방위부는 불시에 도, 시, 군 민방위부에 명령을 내려보내 전시 정황을 주면 해당하는 지역에서 1시간 내에 모든 불빛을 차단하고 즉시 주거지를 이탈해 방공호나 대피구역에 집결하는 훈련을 12월부터 부단히 실시하겠다고 주의시켜 전국의 민방위부들과 주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앙 민방위부에서는 ‘미리 알려주고 일어나는 전쟁은 없다’면서 예고 없이 언제 어디서든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바로 다음 단계 동작에 들어갈 수 있게 주민들과 민방위 대원들을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는 점을 지방 단위들이 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교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4개 지역 민방위부들에 대한 중앙 민방위부의 집중 지도는 이달 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