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수입에 北 식자재값 대폭 하락… “혁명적으로 떨어졌다”

가을걷이 끝나가는데 북한 시장서 쌀·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아

북중 화물열차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출발해 평안북도 신의주를 향해 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중국 소식통 제공

북한이 최근 중국으로부터 식자재 수입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입 식료품들이 현재 북한 시장에 유통되면서 일부 식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곡물 가격 하락세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한 식료품이 최근 시장에 유통되면서 식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평양에서 중국산 콩기름 1kg은 2만 8000원에 팔렸지만,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가격이 2만 3000원까지 떨어졌다.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시장 매대에 이렇게 많은 콩기름이 올라온 것은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많은 양의 콩기름이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는 일반 주민들은 콩기름으로 지방을 보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이렇게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을 때 사재기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한때 북한 시장에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던 중국산 사탕가루(설탕)는 지난달 30일 기준 평양에서 1kg에 2만 20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중순께 2만 5000원에서 2만 8000원까지 올랐던 설탕 가격이 수입량 증가로 순식간에 최대 6000원이 떨어진 것이다.

중국산 식료품 중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된장과 고추장이다. 중국산 된장과 고추장은 한때 수입량이 너무 적어 된장 1kg이 1만 5000원, 고추장 1kg은 2만원까지 값이 치솟았지만, 최근 가격이 50%가량 급락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기준 평양 시장에서 된장 1kg이 8000원, 고추장 1kg은 1만원에 팔린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를 두고 평양 시민들은 “고추장, 된장 가격이 혁명적으로 떨어졌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본보는 지난달 북한이 북·중 간 화물열차를 통해 중국에서 반입한 품목이 콩기름, 설탕, 조미료 등 식료품에 집중돼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중국산 식료품 수입이 대폭 확대되고 이것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시장 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중 화물열차 실린 품목 다변화…北 수입 비중 높아진 것은?)

북한 평양의 통일거리 시장 입구의 모습. /사진=데일리NK

한편,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쌀 1kg은 평양에서 5840원에 거래됐다. 직전 조사 때인 지난달 16일 가격이 587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보름 동안 쌀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또 추수가 완전히 끝나 햇옥수수가 시장에 나오고 있음에도 옥수수 가격도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옥수수 가을걷이 후 시장에 많은 양의 옥수수가 풀리긴 했지만, 구매력이 낮아진 북한 주민들이 쌀보다 옥수수를 더 찾아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평양 시장에서 거래된 옥수수 1kg의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2750원으로, 앞서 지난달 16일 조사 당시보다 20원 하락했고, 평안북도 신의주 옥수수 1kg 값은 2800원으로 이전 조사 때와 가격이 같았다.

다만 양강도의 경우 평양이나 신의주보다 쌀이나 옥수수 가격 하락폭이 조금 더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양강도에 감자 유통량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감자 산지인 양강도에서도 저소득층이 아니면 감자를 주식으로 먹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혜산에서도 감자밥을 먹는 사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은 감자 산지와 가까워도 도시이기 때문에 감자를 주식으로 먹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감자를 주식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면서 “밀수로 살던 도시가 밀수가 안 되니까 형편이 급격하게 나빠진 사람들이 특히 더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