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에 중앙 일꾼들도 총동원…배 나온 간부들 보고 ‘한숨’

중앙 성 기관 일꾼들은 1·5·10일제로 농촌 동원…시간만 때우다 돌아가 주민들 불만

함경남도 함주군 동봉협동농장의 가을걷이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이달 중순 중앙과 성 기관들에 가을걷이 농촌지원 총동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해 농사를 결속 짓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일반 공장기업소는 물론 중앙과 성 기관까지 총동원해 추수에 나서는 모양새다.

29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5일 중앙과 성 기관들에 가을걷이 총동원 지시를 내렸다. 특히 북한은 이번 지시를 통해 “올해 농사의 성과적 결속을 위해 10월 말까지 벼와 미뤄진 강냉이(옥수수) 가을걷이를 말끔히 끝낼 것”을 강조했다.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중앙과 성 기관 일꾼들은 지난 19일부터 평양시 외곽에 있는 협동농장들과 평양시에 인접한 황해북도·평안남도 협동농장들에 동원돼 가을걷이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부터 봄, 가을 농촌 동원 기간에 ‘밥술 뜨는 사람은 모두 농촌지원에 떨쳐나서라’고 강조하며 중앙과 성 기관 일꾼들까지 동원하고 있다.

다만 이런 주요 지도기관의 일꾼들은 일반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처럼 장기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북한은 1일, 5일 또는 10일제로 농촌에 동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장급 이상의 고위 간부들은 업무 특성상 1일 동원을 원칙으로 농촌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평안남도 대동군의 협동농장들에 중앙과 성 기관의 일꾼들이 동원돼 벼를 수확하고 운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1일, 5일, 10일제로 노력 동원이 이뤄지다 보니 사실상 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앙당 간부들은 오전 10시에 현지에 도착해 오후 6시까지 일을 마친 뒤 귀가하고 성 기관의 과장급 이하 성원들은 5~10일간 현지에서 숙식하며 추수하는 일을 돕고 있는데, 농장 일이 손에 익히기도 전에 동원이 끝나 그다지 성과가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성 기관의 일꾼들은 현장에 나와 시간만 때우다 숙소로 돌아가고, 중앙당 간부들도 마찬가지로 일하는 시간보다 말하는 시간이 더 많아 현지 주민들은 “농장에 왔으면 일을 해야지 산보(산책)하러 나왔느냐”며 푸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농사짓느라 허리가 휘고 바싹 마른 농장원들과 중앙에서 온 배 나오고 얼굴이 멀쑥한 간부들을 비교해 보면 지주와 머슴을 보는 것 같다”며 신세를 한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배 나온 간부들이 농장 일을 하면 얼마나 잘하겠느냐”며 “국가에서도 가을 추수에 동원된 중앙과 성 기관 일꾼들이 농사에 필요한 비료나 농기계를 비롯한 영농물자를 해결해 준다고 선전하면서 일보다는 물질적 해결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평양시의 각 공장기업소 종업원들도 가을걷이에 일제히 투입된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올해 농사의 성과적 결속을 위하여 총동원 앞으로!’라는 제목의 1면 사설에서 “모든 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가을걷이와 낟알털기에 한사람같이 떨쳐나 최단기간 내에 한 알의 낟알도 허실함이 없이 말끔히 거두어들이고 탈곡을 와닥닥 끝냄으로써 올해 농사를 성과적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