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원서 학생들에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원금 요구

인당 3만원 씩 바칠 것 강요…"배움의 전당 학교에서 학생들이 매일 돈 단련 받는 실정" 지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22일 “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에서 골조공사 결속 단위를 연이어 배출하고 건물 내부 미장 성과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원을 내세워 학생들에게 세외부담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최근 사리원시에서 평양 1만 세대 건설 지원사업을 명목으로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 1명당 3만 원씩 낼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북도 교육부는 지난 20일 사리원시 교육부에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원사업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사리원시 교육부는 시안의 초‧고급중학교들에 모든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건설자재 등 각종 지원사업에 참가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시안의 학교들에서는 ‘원수님(김정은)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우리 학생들도 1만 세대 건설장에 지원사업에 참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학생들에게 지원금을 낼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등 국가적 건설사업에 필요한 자재와 후방 사업, 건설자용 필수품 등을 지방 당 및 행정기관들에 분담시켜 해결하고 있다. 이렇게 중앙에서 지방에 과제를 내려보내면 각 지방에서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시, 군의 기관 기업소, 단체, 학교 등에 또 과제를 내리고 이를 총화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결국에는 가장 하층에 있는 주민들이 각종 사회적 과제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인데, 이번 사리원시 학생들에게 전가된 세외부담이 바로 그런 셈이다.

실제 지난 19일 황해북도에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원사업 대한 중앙의 지시가 도 교육부에 하달됐고, 이것이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에게까지 미쳤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사리원시 대성고급중학교에서는 학생 1명당 북한 돈으로 3만 원씩 바치라는 지시가 내려졌는데, 특히 교사들은 수업이 끝난 후 지원금을 내지 않은 학생들을 일으켜 세워 “지원금을 언제까지 바치겠느냐”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배움의 전당에서 학생들에게 돈을 가져왔는지를 따지고 망신을 주는 게 교육기관과 교육자들이 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 돈을 바치지 못해 학교에서 빚쟁이처럼 매일 돈 단련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부터 조직과 기관들에서 세외부담을 없앨 데 대해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그 안을 파헤쳐보면 배후에는 국가가 있다”며 “인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등 온갖 위선을 떨면서 아이들에게까지도 세외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초 열린 제8차 당대회에서 평양에 5년간 총 5만 호의 살림집을 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북한은 지난해 송신·송화지구에 이어 두 번째 착공 지역으로 화성지구를 지목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