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원대로 올라섰던 북한 시장 쌀 가격 이달 들어 ‘하락세’

옥수수 가을걷이 본격화됐는데…시장 옥수수값은 쌀값에 비해 하락폭 적어 '아이러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각지 농업부문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강냉이(옥수수) 가을걷이에 진입하여 성과를 부단히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7월 말부터 6000원대로 올라섰던 북한 쌀 가격이 이달 들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평양에서 쌀 1kg은 5600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26일 1kg에 6280원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약 11% 하락한 것이다. 특히 평양의 쌀 가격은 7월 26일 조사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평안북도 신의주나 양강도 혜산 등 다른 지역도 쌀 가격 하락세가 계속돼 지난 7월 말 대비 약 8~12% 하락했다.

북한 쌀 가격이 7월 말부터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이모작으로 심은 밀·보리·감자 등이 수확된 데 더해 이달 초 9·9절(북한 정권수립일)을 맞아 일부 주민에게 입쌀, 찹쌀, 밀가루 등이 공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명절 공급은 평양이나 국가기관 간부들 위주로 이뤄졌고 지방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별다른 공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등 일부 지방의 경우 현재 시장에서 상당히 질 낮은 쌀이 유통되고 있다. 묵은내가 나거나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군에서 비축하고 있던 질 낮은 쌀을 군인들에게 배급하면서 그 일부가 시장에 풀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지난달 초부터 해외 각지에 파견된 주재원들에게 입쌀과 강냉이, 콩 등 곡물을 조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입된 곡물이 아직 일반 주민들에게 공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식량 부족 심각하다 판단한 北…해외파견원에 “곡물 확보하라”)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군부대는 수입된 곡물이 적치된 남포로 직접 이동해 수입된 입쌀을 실어 왔다.

통상 후방총국이 전군(全軍)에 공급될 식량을 일괄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각지에 공급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군인들에게 정기적인 배급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절차를 간소화해 각 군부대가 직접 물량을 확보하도록 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편,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가을걷이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쌀보다 하락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기준 평양, 신의주, 혜산의옥수수(1kg) 가격은 각각 2840원, 2950원, 32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말 조사 당시보다 5~8%가 하락한 수치지만 같은 기간 쌀값 하락률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옥수수 수확이 본격화됐음에도 옥수수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은 경제난으로 쌀보다 값이 낮은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주민이 증가한데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옥수수보다 밀 농사를 장려하면서 옥수수 수확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옥수수 수확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에는 가격 하락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나라의 제일 큰 농업도인 황해남도의 농촌들이 강냉이 가을걷이로 세차게 들끓고 있다”며 “(평안북도, 함경남도, 강원도 등) 다른 지역의 농촌들에서도 노력과 운반수단들을 집중하면서 강냉이 가을걷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