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주민들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핵무력 정책 법령에 대해 ‘인민의 생명과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실제 양강도 소식통은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고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김정일 찬양 노래)더니 정말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없어지면 인민들도 없어져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 즉 김 위원장을 겨냥한 ‘참수작전’이 개시되면 즉각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법 조항을 꼬집은 것이다.
북한은 핵무력 정책 관련 법령 3조 3항에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명시하는 등 공세적인 핵무기 사용 조건을 밝혔다.
이에 소식통은 “이번에 핵무력에 대한 법령 조항을 발표한 것을 보고 죽고 사는 권리도 우리에게 없고 오직 우리 인민은 원수님을 위해서만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말했다.
일반 주민들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북한 지도부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의 간부들도 이번 핵무력 정책 법제화 반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간부 소식통은 “핵이 방어용이기 때문에 개발도 하고 보유도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지만 공격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은 사실 생각하지 못했다”며 “원수님이 없으면 인민도 나라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칫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일 시대에도 핵공격 전략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시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번 사안을 주요 간부들이 참석하는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가 아닌 최고인민회의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주민의 동의를 얻은 것과 같은 효과를 의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주민들이 직접 뽑은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회의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했다는 것은 인민이 뽑은 대표가 채택을 했다는 뜻”이라며 “일방적으로 중앙당 간부들이 결정해서 내려 먹인 게 아니고 대의원들이 협의해서 채택한 것이므로 결정에 대한 책임도 인민에게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