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주민들에게 사회적 과제를 명목으로 한 세외부담 과제가 또다시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지난 21일 함흥시 평수동에서 인민반 회의가 진행됐다”면서 “회의에서는 세대마다 주어진 올해 하반년도(하반기) 사회적 과제를 이달 말까지 무조건 집행하라는 포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함흥시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사회적 과제 총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함흥시 인민위원회는 일 동사무장 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제시된 하반기 사회적 과제를 반드시 완료할 것을 지시했다.
이 회의에서 시 인민위원회는 군인들에게 보내줄 비누 생산을 위한 것임을 주민들에게 똑바로 인식시켜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당에 대한 충실성을 가지고 사회적 과제 수행에 자각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과제란 실생활에 필요한 재활용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원료와 자재를 주민들이 직접 수집하도록 하는 사업을 말한다. 파고철, 파지, 기름작물 수집 등의 사회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주민들은 제시된 기한까지 제시된 양을 바쳐야 한다.
북한은 이러한 사회적 과제를 해마다 지방 인민위원회에 내리고, 인민위원회는 동사무소와 인민반을 통해 주민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이에 따라 매해 1월이면 인민반장이 세대별 상반기, 하반기 사회적 과제 품목을 전달하고 분기별로 과제 수행 실태를 점검한다.
특히 북한 당국은 사회적 과제로 제시된 현물을 바치지 못하는 사람은 현금을 대신 바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함흥시 평수동의 한 인민반에서는 사회적 과제를 수행할 현물이 없는 세대는 현금을 대신 받겠다면서 상납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평수동의 한 주민은 “먹을 쌀이 없어 굶는 세대들이 많은데 현물이 없으면 돈으로라도 무조건 바치라고 하니 신경질이 나서 못 살겠다. 돈이 있으면 굶고 있겠는가. 과제를 못 바치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인민반장이 문을 두드리는데 악에 받친 사람들은 인민반장에게 항의하고 별의별 욕을 퍼붓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올해 함흥시에서 각 세대에 내려진 사회적 과제 수행량을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파고철은 7kg에서 8kg으로 1kg 늘어났고, 파지도 1kg에서 2kg으로 1kg이 늘어났다. 기름작물도 마찬가지로 1kg에서 1.5kg으로 0.5kg 늘어났다.
이렇듯 올해 사회적 과제 수행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면서 현물 대신 받는 현금 액수도 거의 배로 뛰어 주민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인민반에서는 인민반회의를 열어 “현물보다는 현금을 내는 게 더 쉽고 간편하지 않으냐”며 주민들을 종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에서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분명히 내린 것으로 아는데 여전히 세외부담을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초 열린 8차 당대회 폐막일에 단상에 올라 “강력한 교양과 규율을 앞세워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 행위, 온갖 범죄 행위들을 견결히 억제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지우는 행위를 척결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