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질서 문란 내세워 노점상 집중단속…단련대 끌려가기도

사회안전성 지시…단속 혈안인 안전원·규찰대와 항의하는 노점상들 간에 몸싸움도 벌어져

평안남도 순천 지역의 거리 풍경. 몇몇 주민이 길거리에 앉아 물건을 팔고 있다. /사진=데일리NK

길거리 장사 퇴치에 관한 사회안전성 지시가 전국의 안전기관들에 하달돼 집중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사회적 질서를 문란 시키는 길거리 장사를 철저히 없애라는 사회안전성의 지시가 지난 18일 전국의 안전국, 안전부들에 내려졌다”며 “이에 따라 혜산시 안전부가 20일부터 길거리 장사 집중단속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인민반에서는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다가 단속되거나 푯말을 들고 있다가 2번 이상 단속되면 이유 불문하고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게 되니 길거리에서 장사하거나 푯말을 들고 서 있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포치했다는 전언이다.

비합법적으로 장사 활동을 하는 노점상들에 대한 북한의 통제와 단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는 방역을 명목으로, 코로나 사태 종식을 선언한 최근에는 사회적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길거리 장사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지금 안전원들과 규찰대들이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못할 정도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다가 걸리면 현장에서 물건이 모조리 몰수되고 단련대로 보내지는데, 실제로 불과 이틀 사이에 10여 명의 노점상이 단련대에 끌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근래 노점상들은 물건 품목을 적은 푯말을 들고 서서 지나는 사람들을 불러세우고 사람이 오면 서로 물건을 팔겠다고 앞다퉈 나서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 노점상들끼리 손님을 가로챘다는 등의 이유로 다퉈 거리가 조용할 날이 없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소식통은 “지금 가장 생활이 제일 어려운 사람들이 길거리 장사꾼들”이라며 “자기 입도 건사하기 힘든 시국에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해 물건을 하나 파는데 사활을 걸다 보니 손님 한 명이 나타나면 먹이를 만난 승냥이처럼 모여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길거리 장사꾼들은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는 게 죽기보다 더 힘든데 사회질서를 문란 시킨다는 이유로 물건을 팔지도 못하게 하고 길에 서 있지도 못하게 하니 그냥 죽으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북한이 사회질서 문란을 이유로 길거리 장사를 없애겠다면서 또다시 단속을 강화하는 통에 노점상들이 더욱 극심한 생계 위협에 내몰리자 내부 주민들 속에서는 ‘정부가 노점상들의 생활 형편을 방관한 채 통제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단속 대상인 노점상들이 길거리에 한데 모여 당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안전원들과 규찰대들은 사회안전성 지시라며 노점상 단속에 혈안인데, 일부 노점상들이 이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단속하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하루에도 여러 번씩 일어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