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원재료 가격 상승에 노점상들 ‘아우성’…집 팔고 산속으로

장사 활동에 타격 입으면서 극심한 생활고 시달려…‘세상과 이별하겠다’며 산골 들어가 천막생활

2018년 10월께 촬영된 북한 평안남도 순천시의 한 농촌마을 풍경. 한 장사꾼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원·달러 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길거리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의 어려움이 한층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장사를 접는 노점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도매상들이 물건값을 올려 받고 있지만, 그렇게 사들인 물건을 판매할 때는 정작 값을 올리지 못해 적자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달러가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000원이 올랐다면 도매상들은 노점상들에게서 환율이 오른 비율(14.2%)만큼 원화를 더 받는다. 원화로 물건을 구매할 때 이전에는 같은 양을 10만 원에 샀다면 환율이 오른 뒤에는 11만 4200원의 원화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에 따라 노점상들이 도매상들에게 물건값으로 지불해야 하는 원화는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사들인 물건을 팔 때는 사람들이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사지 않으니 값을 올려 팔 수가 없어 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쌀을 소매하는 한 주민은 “이번에 적은 돈이라도 달러를 소유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또다시 뼈에 사무쳤다”며 “달러가 상승하면 물주들은 국돈(북한 돈) 대신 달러를 요구하는데, 달러가 없어 국돈으로 사려고 하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제 나랏돈(북한 돈)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울러 원재료 가격 상승도 노점상들의 장사 활동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 1kg당 3700원에 거래되던 인조고기는 지난달 말부터 1kg당 5300원으로 가격이 올랐고, 쌀 가격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 쌀 1kg은 현재 6000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재료 원가가 오른 만큼 음식값도 올려 팔거나 양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 먹는 사람이 없어 장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5년 넘게 길거리에서 인조고기밥 장사를 해온 혜산시의 한 주민은 “최근 인조고기밥 1kg을 만들어 종일 다녀도 1/3도 팔기 어렵다”며 “요행을 바라면서 나가지만 팔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이 반복되면서 밑돈이 거덜 나 인조고기밥 장사를 접어야 하는 실정이 됐다”고 토로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인조고기밥이 인기가 있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소비자 대부분이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인데, 양이 줄어들고 가격까지 오르면 당연히 소비자들이 찾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원·달러 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에 노점상들은 더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혜산시 혜화동의 한 노점상은 ‘세상과 이별하겠다’면서 집까지 팔고 가족과 함께 심심산골로 들어가 천막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최근 집을 팔고 산으로 들어가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먹고살기가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것인데 정부는 이들의 형편을 외면한 채 체제 선전에만 열을 올리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