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020년 새로 건설한 승호리 정치범수용소의 용도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호리 수용소는 고위 간부 전용 수감시설이 되었으며 기존 인원은 다른 곳으로 이감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3일 “지난 6월 중순 승호리 관리소(정치범수용소)를 전부 해체했다”며 “그곳 인원들은 요덕(수용소)과 14호(평남 개천, 국가보위성 관리), 17호(평남 개천, 사회안전성 관리), 18호(평남 북창)에 흩뜨려 이송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 2020년 말 북한이 폭증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자를 수감하기 위해 황해북도 승호리에 새로운 정치범수용소를 만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정치범수용소 수용능력 확충 지시”…비사회주의 대대적 단속하나?)
다만 소식통은 “승호리 관리소는 사회안전성 특별수사국 단련대로 변경됐다”면서 “75호 단련대로 부른다”고 말했다.
과거 특별보안국으로 불리던 사회안전성 특별수사국은 고위 간부와 비밀기지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주로 수사하는 부서다. 승호리 관리소가 고위 간부, 보안 업무 종사자들이 수용되는 노동단련대로 변경됐다는 말이다.
소식통은 “단련대 형기는 최소 3개월~1년까지”라며 “이곳은 (형기를 마치면 사회로) 나갈 수도 있고 다른 곳에 이송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는 내적 규정으로 노동단련 후 사회로 내보내는 대상만 수용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고위 간부나 비밀 취급자들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기 위한 시설이 아닌 일시적으로 수용하고 교양시키기 위한 곳이라는 이야기다.
계급이 높은 간부나 보안시설 근무자들을 일반 주민들과 함께 수감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기밀 유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새로 들어가는 수감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수감자 수는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입소자보다 사망자가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수용소) 입소자 숫자는 대다수 시설에서 공통으로 늘어났다”면서 “시설별 총인원 수는 늘어난 곳도 있고 줄어든 곳도 있어 각이하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총인원이 늘어난 곳은 기존 인원수(수감자)가 그나마 전염병과 기아, 처벌로 많이 사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원이 보충됐기 때문이고, 인원이 줄어든 곳은 보충된 인원이 많거나 정기적으로 입소했지만, 사망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보위성 상반기 조사집계 결과 25호(청진) 관리소 정원수는 서류상 4만 9000여 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3만 6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지난해 조사했을 당시에는 25호 관리소 수감자가 4만 1000여 명이었는데, 그에 비해 1년 새 수감자가 약 5000명이 줄어든 것이다.
또 정원수가 3만 명인 16호(화성) 관리소에는 현재 2만 8700여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조사 당시에는 16호 관리소 수감자가 2만 4000여 명이었으나 그보다 약 4700여 명이 늘어난 셈이다.
소식통은 평산, 16호 관리소의 수감자는 늘어났고 14호, 17호, 18호, 25호 관리소의 총인원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북한은 단순 방역 수칙 위반자에 대한 처벌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자는 이제는 관리소로 보내지 않고 단련대나 교화 처벌한다”며 “그 대신 방역 관련 정책집행에서 사고를 내거나 불순한 대상들을 관리소로 이송집행 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사소한 방역 수칙 위반자들조차 수용소로 보내는 강력한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경미한 위반자들의 처벌 수위는 낮추고 직간접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행정력과 수감시설 수용 능력의 한계로 죄질이 무겁다고 여겨지는 이들 위주로 처벌하는 것이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대폭 증가…대다수는 방역정책 비난자)
그러나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자나 체제 결속을 저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 수위는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
소식통은 “중앙의 집계로 보면 상반년도(상반기)만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17호 관리소에 700여 명, 25호 관리소에는 1000여 명이 끌려갔다”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현장에서 적발된 자들은 수도와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과 가산을 몰수하고 관리소로 이송된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에 가족이 남조선(남한)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거나 불온한 말을 하거나 소문, 유언비어 퍼뜨리는 대상 중 하찮은 계급을 월에 5세대씩 잡아넣으라는 방침도 내려와 상반년도에 많은 연루자가 끌려갔다”고 설명했다. 단속 기관에 월별 할당량을 주고 특정 계층 주민들을 집중적으로 체포해 많은 사람이 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성분 제도라는 일종의 신분제를 운용하면서 주민들을 크게 핵심, 동요, 적대 계층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50여 개 부류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거주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제한하고 차별하고 있다.
아울러 소식통은 “손전화로 외부에 당, 국가, 군사 비밀을 팔아넘긴 자들도 많이 잡혀 들어갔다”며 “내각 임시 상설위원회에서 경제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 10여 명도 말 반동으로 잡혀 25호(수용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반년도(하반기)에는 당, 정, 군, 보위, 검찰 일꾼 중 유일적영도체계 확립에 저해를 주는 불순분자들 색출해 관리소 대상으로 뽑을 데 대한 내적 지시가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 대북 제재 등의 영향으로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혼란한 북한이 체제 결속을 위해 공안 통치를 한층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