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9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연설이 주민들 속에서 연일 화제라는 전언이다.
2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연설이 있고 난 뒤 주민들 속에서 수령에 대한 숭배심, 충성심과 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크게 높아지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당시 연설에서 “남조선 정권과 군부 깡패들이 군사적으로 우리와 맞서볼 궁리를 하고 그 어떤 특정한 군사적 수단과 방법에 의거하여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부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라며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호칭을 생략한 채 이름을 거론하며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 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 “계속하여 강도적인 논리로 우리의 자위권행사를 걸고 들고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같은 작태를 이어간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북한 평양의 주민들은 바로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연일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평양시의 한 주민은 “이번 원수님(김 위원장)의 연설은 우리들의 마음을 뻥 뚫리게 한다”며 “그동안 고생해온 보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다른 평양시의 한 주민은 “우리 원수님의 배짱과 담력은 세상에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다”며 “미제와 그 무리들이 우리 공화국을 어째 보려고 하지만 원수님이 계시는 한 어림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께서 아직까지 ‘전멸’이라는 단어를 쓰신 적이 없다”며 “이번에 남조선(남한)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연설을 들은 주민들은 우리도 세상에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당당한 자주 국가가 됐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원수님만 믿고 따르면 잘 사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확신하는 주민들이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방의 주민들은 김 위원장의 전승절 연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성시의 한 주민은 “맨날 큰소리만 치고 인민들을 기만한다. 그렇게 위대하면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돼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 사람들 생활 형편을 보고도 어떻게 저런 빈소리(빈말)만 맨날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냈다.
평성시의 또 다른 한 주민은 “지금은 통일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졌다”면서 “말로만 큰소리치지 말고 미사일을 쏘든 대포를 쏘든 해서 인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우선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한편, 앞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이름을 거명하며 위협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