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중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업소별 자체 식량 공급 관련 총화에서 호평을 받은 평양의 한 공장 당비서가 체포돼 이목이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4일 평양 강동기계공장 초급당 비서가 공개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번번이 국가계획을 미달한 공장에서 배급을 잘 준 것이 당 비서 개인 영웅주의로 미화되는 것을 위험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서 지난 10년간의 지방산업공장별 자체 식량 공급에 관한 중앙당 조직지도부와 내각, 국가보위성의 합동 검열 총화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고, 공장 종업원들도 “이런 사람이야말로 도·시당 책임비서감”이라고 말할 정도로 평판이 좋은 사람으로 알려졌다.
베어링을 주로 생산하는 강동기계공장은 과거 인민경제계획 미달로 지배인이 세 차례나 바뀌면서도 당비서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당 비서가 주변 탄광, 금광이나 부업지를 활용해 외화벌이를 진두지휘하면서 종업원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소식통은 “상부에서는 전체 종업원들이 이 당비서를 두고 수년간 공장 배급과 살림살이를 걱정해준 참된 당 일꾼이라면서 저런 사람이 책임 간부를 하면 좋겠다고 공공연히 흠모하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우정(일부러)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강동군 장마당 주민 요해까지 5일간 진행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해당 당비서를 ‘당정책의 핵심을 오도함으로써 자기 지반이나 닦은 유사시 반란 주동 위험분자’로 분리해 보위부로 넘길 것을 결정하고 공장에서 공개적으로 체포했다는 전언이다.
체포된 당비서는 이후 이뤄진 조사에서 자력갱생해 종업원을 먹여 살리라는 것도 당정책이고 후방사업은 곧 정치사업이라면서 당 일꾼들이 앞채를 메고 식량 공급 문제를 풀어 종업원 출근율을 100% 보장하도록 하라는 것도 당정책이라 이를 관철한 것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보위성에서는 신속하게 당비서와 그 가족을 어디론가 끌고 갔고, 그로부터 하루 이틀 뒤 강동군에는 ‘국가계획은 미달하면서 사람들 배급을 꼬박꼬박 준 것은 베어링을 뒤로 빼돌려 중국을 통해 남조선에 팔아 검은돈으로 사람들을 자기 주변에 똘똘 뭉치게 한 유사시 반란 주동 위험분자로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갔다’는 무성한 소문이 퍼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유일적 영도체계에서 개별적 간부 우상화를 가차 없이 처벌해 개인을 중심으로 한 대중의 단결을 억누르는 차원의 본보기 처벌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강동기계공장 당비서 체포 사실이 전국의 지방산업공장들에도 통보되면서 공장 간부들과 그 가족들 사이에 공포감이 조성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작풍이 어지간히 좋다고 호평을 받아 온 지방산업공장 간부들과 가족들은 공장 종업원들이나 친한 사람들에게 ‘상부의 검열이 있으면 너무 과하게 호평하지 말아 달라. 개별적 간부 우상을 만든 역적이 돼 강동기계공장 당 비서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강동기계공장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은 ‘나라가 굶겨 죽이게 된 공장 사람들에게 자력갱생해서 식량을 공급해줄 때는 영웅이고 군중의 호평을 받으면 독초, 반동, 위험분자가 되는 세상’이라며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강동기계공장 종업원들은 ‘우리가 당 비서는 더 큰 간부감이라고 호평만 하지 않았으면 이런 비극이 없지 않았겠냐’며 자책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