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달러 환율 주요 도시서 모두 8000원대로 급등…왜?

원·위안화 환율은 강보합세…달러 통용되는 국가 주도 무역 확대 시그널 지속해서 포착돼

지난 26일 기준 북한 원·달러 환율은 평양, 신의주, 혜산 모두 8000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데일리NK

경기둔화로 안정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 강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달러 환율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 움직임이 북한 시장환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의 달러 환율은 국제 시세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의 조사 결과 지난 26일 기준 북한 원·달러 환율은 평양, 신의주, 혜산 모두 8000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평양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8150원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10일 조사 당시 환율이 710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보름 만에 15%나 급등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26일을 기준으로 107.19였는데 이는 한 달 전인 6월 26일보다 3.4% 상승한 수치다. 26일 평양의 원·달러 환율이 전달 26일에 비해 10% 이상 오른 것과 비교할 때 국제 시세보다 북한 내 달러 환율 상승폭이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북한 원·위안화 환율은 강보합세로 나타나고 있다. 위안화 환율도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름간 상승폭은 1~2%에 그쳤다. 실제 지난 26일 북한 평양의 원·위안화 환율은 950원으로, 지난 10일보다 20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에서 위안화보다 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중앙당,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국방성 등 권력기관이 운영하는 대형 무역기관을 중심으로 한 국가 주도의 무역 거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시그널이 지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보는 이달 4일 대외무역성이 각 지역 무역국과 무역회사에 무역 준비 지시를 하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지시에는 북한 당국이 남포를 통한 선박 무역을 확대해주면서 국가가 정한 수입품을 들여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국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대형 무역회사들에만 국한된 지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무역기관 통폐합 작업 마무리…무역 준비 지시에 회사들 ‘활기’)

해당 지시 이후 실제 이달 중순 중앙당과 국방성에 소속돼 있는 대형 무역회사가 7~8척의 배를 남포에서 출항시켰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상당히 많은 광물을 실은 배들이 출항했기 때문에 곧 많은 양의 수입품이 남포를 통해 들어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남포항을 통해 이뤄지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무역에서는 대부분 달러가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중소 단위 회사들이 양강도나 평안북도에서 대중 무역 거래를 진행했을 때는 위안화 사용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무역에서 달러를 사용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울러 중국 측에서도 대북 무역에서 위안화보다 달러를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북한 전역에서 달러를 사들이려는 단위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이런 움직임이 북한 내 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양뿐만 아니라 신의주나 혜산 등 주요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그만큼 북한 내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평양에서만 달러를 거둬들여서는 필요한 양을 채울 수가 없다”며 “전국 돈데꼬(환전상)들이 내놓은 달러를 모아야만 무역에 나설 만큼 내부에 달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